큰 돈을 써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

by 김다지


이사와 인테리어를 하기 전의 나는, 굳이 분류를 나누자면 돈을 잘 안 쓰는 편에 속했다.


프리랜서라 수입이 안정되지 않아서...라고 하기엔 그냥 나의 성향 같다.


워낙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게 크게 작용을 한 거라 생각한다.

빚 지는 것도 싫고,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도 싫어하는 나는,

내가 굴릴 수 있는 돈 안에서만 형편껏 소비를 했다.


신용카드를 만들어본적도 없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현금으로 살 수 있는 것인지 가늠하고 현금으로 구입했다.

사회초년생 때 샀던 명품백도 일시불로 샀다.


물론 내가 판단했을 때 돈을 써야 하는 부분들엔 분명히 썼다.

해외여행을 갈 때나 사고 싶은 향수가 있을 때, 후배나 동생에게 돈을 써야 할 때나, 경조사.. 그리고 외식?


그렇게 살다가 결혼을 하니 집을 갖게 되며 빚이 자연히 따라왔다.

빚지고 사는 게 그렇게 싫었던 나에게 빚이라니, 빚이 너무 싫어서 빨리 갚아 없애고 싶었다.


허튼 돈도 잘 안쓰는데다 빚을 빨리 갚고 싶은 마음이 겹쳐, 빚을 열심히 까며 살았다.

그렇게 빚을 거의 다 갚았을 즈음, 이사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근데 이번 이사는 달랐다. 내 생애 처음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그것도 예. 쁘. 자. 고.


인테리어를 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나는

어차피 예쁘자고 하는 거, 본격적으로 예뻐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고.

욕실 타일이 털리며 견적서의 추가칸이 늘었다.


그렇게 견적서는 계속해서 추가를 향해 달려갔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큰 돈 쓰는 김에 그냥 쓰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두푼에 집착하지 말자, 하는 김에 하자.

언제 또 인테리어를 하겠나, 싶었다.


집을 사며, 이사를 하며, 인테리어를 하며 큰 돈을 써보니 알게 된 게 있다.


좋은 집은 비쌌고, 좋은 자재는 비쌌고, 좋은 게 비쌌다.

돈을 더 내면 더 좋고 쾌적해졌다.


돈이 무서워졌다.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아이러니하게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돈을 많이 벌어야지, 다음 이사엔 인테리어에 돈을 좀 더 써봐야지. 그런 마음이 생겼다.


오히려 큰 돈을 써봤기에,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생긴 것이다.


내가 선을 그어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에 돈을 써보는 경험도, 나쁘지 않았다.

역시 뭐든 해보는 건 배우는 게 있다.


확실히 예전의 나와 비교하면 이제는 비싼 게 좋으니까 그냥 비싼 거 하자고,

내가 꼭 돈을 써야 한다고 특정한 부분이 아닌데에다가도 너무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 재미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것도 겪다보면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갈테니,

지금의 재미를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즐긴다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인테리어를 하며 나에게 많은 '처음'이 생겨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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