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습니다, 가능할 거예요. 할 수 있어요.

by 김다지

철거부터 변수였던 우리 집은 공사를 하는 내내, 모든 공정이 겹칠 수밖에 없었다.

제 날짜에 들어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어쩐지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강아지와 어린 아이를 데리고 보관이사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그걸 막기 위해 이미 비용도 지불한 상태인데..

타일이 털렸으니 뭐 어쩌겠나 싶다가도, 제 날짜에 마무리되길 간절히 빌고 있기도 했다.


인테리어 일정 중 2주차의 일이었다.

수요일은 마루를 까는 공정이 잡혀 있었다.

일정대로 되려면, 적어도 화요일까지는 계획된 공정이 마무리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월요일 밤에 찾은 집은, 난리도 아니었다.

설치를 채 못한 가구들이 거실 창을 다 가릴 만큼 쌓여 있었고,

마감되지 않은 타일들과 필름들과.. 그야말로 온 집안이 난리인 상태였다.


결국, 너무 무리였나.. 머리가 지끈대고 한숨이 나왔다. 내일 하루 안에 이 모든 걸 다 마무리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매일 공정일정이 끝나면 사진과 연락을 주던 대표님도, 그날따라 아무 연락도 없었다.

현장을 보고 답답한 마음에 밤 9시가 다 된 시간 전화를 했다.

(우리는 10시에도 연락을 하고 11시에도 하고, 주말 밤 10시에도 연락을 주고 받았다)


대표님, 오늘은 연락이 없으시길래요. 너무 궁금해서 전화했어요.

- 제가 오늘 일이 많아서 사진도 못 찍었네요.

네.. 저희.. 괜찮을까요?

- 제가 오늘 봤을 땐, 가구들도 설치 중이었고 타일 사장님도 마무리 중이셨거든요.

아.. 네. 제가 지금 막 집에 다녀오는 길이에요. 근데 넘 심난해서, 일정을 맞출 수 있으려나.. 싶어서요.

- 아 다녀오셨어요? 어떻던가요?

일단 시공이 안된 곳은 공용부 건식세면대쪽 하단 가구장이랑 안방 붙박이장 화장대 등등이었고요.

- 아일랜드는 있던가요? 제가 거기까진 하고 가랬는데

네 있었어요.. 근데 이거 내일까지 다 가능할까요? 가구도 타일도 필름도 남은 게 많던데요..

- 괜찮습니다. 가능할 거예요.

그럴까요?;;

- 네네. 제가 내일 오전에 일찍 현장에 갈 거거든요. 걱정마세요.

아 네네. 알겠습니다.


그와 나는 거의 한 배를 탄 동료 같은 분위기였다.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건 나는 대표님에게 현장 보고를 하며 괜찮을까 물었고,

대표님은 놀랍도록 캄(calm)한 목소리와 태도로 나를 안심시켰다.

뭘 그런걸 걱정을 하냔 듯, 괜찮다고 가능하다고.

언제나 그는 그랬다. 괜찮다고,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고.


처음엔, 뭘 믿고 저렇게 괜찮다고 가능하다고 장담을 하나 싶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그의 말을 믿는 것 외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믿을 수밖에 없었다.


마루 깔기 하루 전인, 화요일.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미리 잡아둔 커텐 사장님들과의 약속이 있었다.

발 디딜틈 없는 집을 비집고 들어가 커텐 치수를 쟀다.


타일 사장님은 안방에 일터를 꾸리셨고,

안방에 가구를 설치하는 사장님은 그 사이를 왔다갔다 피해가며 가구를 설치하고 있었고

부엌에는 부엌가구 설치하는 사장님이 설치 중이셨고

필름 사장님은 서재에 필름 일터를 꾸리셨다.


서둘러 커텐 사장님을 데리고 나와 커텐은 복도에서 골랐다.

커텐을 고르면서도 심난한 마음은 계속됐지만, 아닌척 참았다.

사실 이 때 반은 포기했다. 아, 제 날짜에 들어가긴 힘들겠구나. 싶었다.

모든 걸 체념한 채 하루를 보냈다.


그로부터 8시간 후인, 6시 33분. 대표에게 연락이 왔다.

<금일 타일, 가구, 필름 완료하였습니다. 내일 마루 시공 진행하겠습니다>라며,

12장의 사진이 도착했고, 타일과 가구 필름의 공정이 마무리가 되어 있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았다.


정말 해낼 줄 몰랐다. 반신반의했던 것 같다.

모두가 함께 해낸 것이다.


바로 온가족이 새집으로 달려갔다.


붙박이장 도어를 하나하나 다 확인하고, 서랍도 열어보고, 필름도 확인했다.

모든 게 다 잘 끝나있었다. 이 난리법석인 와중에 타일로 디테일하게 마감을 한 부분들이 돋보였다.

대표님이 지나가듯 말했던 게 생각났다.

"제가 타일 사장님한테 이쪽이랑, 이쪽 신경써서 디테일 살려서 마감해달라고 했다가, 한소리 들었어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집 곳곳에서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


사실상, 가장 힘들었던 공정들이 끝났고 바닥을 깔고 나면 도배와 크게 이슈가 없는 공정들만 남게 된다.


친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자, 친구도 사실은 일정을 못 맞출거 같아 마음 졸이고 있었다며

마치 자기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해줬고 그날부터 나와 친구는 대표님을 만퍼센트 신뢰했다.


그는 결국 해냈다. 우리집은 이제 아무 이슈없이,

모든 게 완벽하게 인테리어가 완료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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