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조명은 참 중요하다고 했다.
조명이 중요하단 얘기는 업체와의 미팅 때 수없이 들은 얘기였다.
조명은 집의 분위기를 좌우하는데 굉장히 큰 요소라고,
인테리어를 기깔나게 해도 조명을 하지 않으면
흔히들 생각하는 예쁜 집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조명은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나도 조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명에 대해 별다른 공부를 하진 않았었다.
그래서 조명을 정할때도 별 생각이 없었다.
대표님이,
"고객님은 거실과 각 방에 실링팬을 설치하시니까, 조명은 다운라이트로 하는 게 좋겠죠?"라고 하며
인테리어 사무실에 시공되어 있는 다운라이트를 직접 보며 설명을 해줬다.
그렇게 알게 됐다. 다운라이트의 존재를.
쉽게 말하면 동그란 모양의 매립등인데,
구멍을 많이 뚫으면 환공포증이 올 것 같은 저 동그란 조명이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모르겠지만
요즘엔 거의 대부분 다운라이트 조명을 시공한다고 했다.
그리고 사실 실링팬이 센터를 차지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는 별로 없었기도 했다.
그래서 일단 그걸로 하기로 했고, 한 마디 덧붙였다.
"밝았으면 좋겠다."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조명이 너무 어두워 마음에 들지 않아, 그저 밝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정하고 나서 나는 조명에 대해 단 한번도 들여다본적도, 알아본적도 없었다.
조명에 대한 설계는 대표님이 했다.
대표님이 그린 조명 설계도가 왔고, 그걸 보며 몇가지 질문들을 했지만, 별 생각없이 넘어갔고..
전기와 중문설치가 마지막으로 공사일정이 끝났다.
그리고 그날 밤, 공사가 마무리 된 집에서 조명을 켜 본 나는 깜짝 놀랐다.
너무너무 어두웠다. 이런 밝기에선 책 한 자 읽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밝은 걸 그렇게 강조했는데, 이렇게나 어둡다니.
아무리 호텔을 지향하며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테리어라 하지만, 이렇게나 어둡다니!
함께간 친구 부부도, 다운라이트가 이렇게 어두운 줄 몰랐다고 나의 의견에 동의하며
본인들 집의 조명 설계도도 수정했다.
대표님과 연락을 했다. 밝은 걸 추구하는 나에게 조명이 너무 어둡다, 하자.
"하나도 안 어두울텐데요." 했다.
내가 어둡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자,
"다운라이트가 낯설어서 그렇지, 어두운 건 아닌데요." 하던 대표님이
내가 어둡무새처럼 계속 어둡다하자,
"그럼 뚫고 싶은데 더 뚫으세요. 조명 사장님 일정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했다.
결국 이사 당일 아침, 조명 사장님과 대표님이 왔다.
입주청소까지 마친 깨끗한 집에 벽을 뚫는 먼지를 풍겨대며
거실에 12개, 부엌에 4개, 아이방에 2개, 화장대 위에 2개, 총 20개를 더 뚫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부엌과 아이방, 화장대의 밝기는 만족스럽다. 뚫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실은 너무 밝아서 내가 추가로 뚫은 조명은 잘 쓰지 못한다.
대표님 말이 맞았다. 다운라이트에 익숙해지니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밝았다.
공사가 끝나고 다음날까지 말을 안들은 내 탓이다.
조명을 볼때마다 말 들을 걸, 반성한다.
조명을 교훈 삼아 배운다. 경험자의 조언을 우기지 말고 들을 것.
대표님은 그 후로 우리집에 올 때마다 "밝은 게 좋다더니 조명을 왜 안켜시죠?"라고 하고.
나는 "되게 열심히 잘 켜거든요?"한다.
내가 추가로 뚫은 조명을 너무 밝아서 잘 안 쓰는 건 우리만의 비밀로 했음 좋겠다.
대표님은 이미 아는 것 같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