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니까 참, 좋다.

by 김다지

인테리어를 21일만에 마쳤다.


타일이 털리며 고난이 찾아왔지만, 결국 해냈다.

대표님은, 역시 해내는 사람이었다.

그가 장담했듯, 우리는 약속한 날짜에 입주를 했다.


나는 인테리어를 마친 집에 반년 이상 거주 중인데,

살면서 한번도 못 겪어본 경험들을 하고 있다.

이건 어디가서 말하기에도 남사스러워 한 집에 같이 사는 호적메이트에게만 했던 얘기들이지만

굳이 굳이 털어놓자면,


소파에 누워 벽지를 보며 감탄한다.

간접조명에 비치는 디아망의 무늬가 얼마나 예쁜지, 디아망을 안했으면 모를 뻔했다.

샤워를 할 때마다 예쁜 타일을 보며 감탄한다.

대표님이 골라준 주방 타일은 너무 마음에 들고 예뻐서, 그 앞에 놓으려던 가구도 놓지 않기로 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식탁에 앉아 집을 둘러보면, 그저 예쁘다는 말 밖엔 안 나온다.

호캉스를 좋아했는데, 호캉스를 가지 않는다. 호텔보다, 집이 더 좋고 예쁘니까.

국내여행도 웬만하면 당일로 다녀온다, 집에서 자고 싶어서.


예쁜 집을 예쁘고 쾌적하게 유지하고 싶어, 짐을 대폭 줄여 미니멀 라이프를 살고 있다.

쓸데없는 짐을 늘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정리를 생활화하고, 청소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수전의 물때를 닦고 있는 식이다.

넓고 쾌적한 주방에서 뭐라도 해먹게 되서, 외식도 많이 줄었다.


그리고 또 하나,

꾸밈노동에 시간을 쓰는걸 아깝게 생각한 후로 "예쁨"에 대한 니즈는 더이상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예쁜 집에 살다보니, 새삼스레 내 자신의 "예쁨"을 점검하게 됐다.


나는 다시 예전처럼 기분이 내킬 때면 화장을 한다.

달라진 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도 사회생활을 위해서도 아닌,

내 스스로가 기꺼이 "예쁘기" 위해 한다. 내가 만족스러울만큼만 한다.


그러다보니, 잊고 살았던 게 생각났다.

내가 좋아해 마지 않았던 향수들.

향수를 사고, 모으고, 뿌리는데서 큰 즐거움을 얻었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며 잊고 살았었다.

나를 돌보니 자연스레 향수가 생각났다. 향수도 다시 사고, 모으고, 뿌린다.

나의 즐거움을 다시 찾아 반갑다.


나는 이제 무슨 일을 하건 과정을 즐기려 한다.

마음을 가볍고, 여유롭게 가져보려 한다. 왠만하면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그리고 열심히 살다가 더 좋은 집으로 가며, 대표님에게 집을 맡기려고 한다.

그 때까지 난 내가 좋아하는 인테리어 취향을 찾아갈 거다.

내가 하고 싶은 조명을 골라놓을 거고, 내가 원하는 벽지 색깔도 찾을 거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찾아, 소중하게 모을 거다.

그리고 나중에 보여줄 거다. 이렇게 해달라고, 다시 대표님을 찾아갈 거다.


그 때는 여유롭게 6주 공정으로 부탁을 해야겠다.


감사했다고, 이번에도 잘 부탁드린다고 해야겠다.



+ 이건 여담인데.

나의 이사부터 인테리어 과정을 지켜보고, 완성된 집에 놀러왔던 친구 중 둘이나 이사를 한다.

우리집이 계기가 되었다 했다. 그들도 이사를 하고, 인테리어를 한다.

나와 비슷한 과정을 겪고, 어떤식으로든 뭔가를 깨닫는.. 그게 좋은 쪽인 계기가 되었음 좋겠다.

환영한다.


예쁜 집에서 집의 예쁨에 감탄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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