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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영 Sep 14. 2023

첫 화는 100억

“100억을 드리겠습니다.” 

    

    어느 날 여러분께 의뢰가 들어옵니다. 100억을 주겠으니 10화짜리 드라마를 제작해 달라는 의뢰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제작비가 남거나 모자라지 않게 잘 나눠야 합니다. 어떻게 분배하겠습니까? 아래의 빈칸에 직접 적어보세요. 가상의 돈이니까 너무 고민하지 말고 스피디하게 나눠봅시다.        


1회_(   )억 / 2회_(   )억 / 3회_(   )억 / 4회_(   )억 / 5회_(   )억 / 6회_(   )억 / 7회_(   )억 / 8회_(   )억 / 9회_(   )억 / 10회_(   )억     


    제작비 펑크 나지 않게 잘 분배하셨나요? 수업 시간에도 같은 질문을 하면 크게 세 종류로 대답이 나뉩니다.      


1) 각 회마다 10억씩 분배. 

2) 1~2회에 30~40억. 3~10회는 나머지 돈으로 제작. 

3) 9~10회에 30~40억. 1~8회는 나머지 돈으로 제작.   

    

    1번은 모든 회차가 중요하니까, 2번은 초반이 중요하니까, 3번은 엔딩이 중요하니까 이렇게 분배를 한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디에 포함되시나요? 실제 드라마 제작 현장의 경우, (조금 과장해서) 절반이 넘는 제작비를 초반에 투자한다고 합니다. 초반에 시청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그 이후는 더 주목 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반이 중요합니다. 범위를 더 좁히면 1화. 만약 여러분이 가진 에너지가 100이라면, 1화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야 합니다. 다음은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모든 역량을 1화에서 펼치시기 바랍니다. 물론 2~3화도 중요합니다만 1화의 중요성을 위해 극단적으로 말씀드립니다.   

    한 번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은 ‘NEW’가 표시된 새 연재 웹툰의 1화와 이미 연재중인 웹툰의 83화 중 어느 것을 더 클릭하기가 쉬운가요? 시리즈의 중간부터 읽는 것 보다 먼저 1화를 본 후, 그 다음을 볼지 안 볼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웹툰 공모전의 경우 심사위원이 보고 판단하는 건 1~3화 분량의 원고와 시놉시스 뿐입니다. 시놉시스 몇 장, 또는 1~3화의 원고에서 심사위원의 관심을 얻지 못 한다면, 2화, 3화의 원고는 펼쳐지지도 못한 채 사장되기 쉽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1화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요? 먼저 내 웹툰 스토리의 장르와 타겟을 분석해야 합니다. 내가 쓰려는 장르와 같은 장르의 작품들의 1화를 보고 분석하세요. 인기 있는 작품들 위주로 봐야합니다. 그 작품들의 1화에서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지, 첫 장면은 어떻게 시작하는지를 중심으로 분석해봅시다. 액션 장르라면 스펙터클한 추격, 미스테리 장르라면 살인 사건이나 죽음, 학원물이라면 지각해서 허겁지겁 뛰어 나가는 주인공이 첫 장면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작품도 그렇게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물론 장르와 스토리에 맞는 자신만의 개성 있는 장면으로 처음을 시작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 스토리는 평범하게, 밋밋하게 시작된다고 생각된다면, 같은 장르의 다른 작품들이 주로 사용하는 오프닝 방법들을 모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숨 막히는 추격전, 크고 작은 폭발이 있는 사건이나 사고, 목숨이 위태로운 급박한 상황, 농도 짙은 애정행각, 화려한 볼거리나 이색적인 풍경 등은 여러 작품에서 자주 사용되는 효과적인 오프닝입니다. 내 스토리의 상황에 맞춰 응용해 봅시다.


    타겟의 분석도 중요합니다. 내 웹툰 스토리를 보는 독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합니다. 나이, 성별, 관심사를 중심으로 그들을 분석합시다. 그리고 그들이 관심 있는 사건이나 장면으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여러분 혹시 <역린>이란 영화를 아십니까? 조선시대 정조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요. 영화배우 현빈이 주인공인 작품입니다. 그 당시 현빈을 좋아하는 관객층은 주로 2~30대의 여성이었습니다. 당연히 <역린>에서 정조 역할을 맡은 현빈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 역시 2~30대의 여성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럼 <역린>은 어떻게 시작될까요? 여러분이 작가라면 어떤 내용으로 시작을 쓰시겠습니까? 조선시대의 왕이 주인공인 영화의 첫 장면. 잠깐 상상해보고 아래의 빈칸에 간단하게 적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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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역린>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첫 장면은 영화의 세계관에 관한 배경지식이 내레이션으로 잠깐 나옵니다. 그리고 곧바로 상의를 탈의한 채 근육질 몸매를 뽐내며 팔굽혀펴기를 하는 현빈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 장면이 나오는 순간 극장 안에서 꺄악!!하며 환호성을 지르던 여성 관객들의 목소리를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한 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생각해봅시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봤던 사극 중에 조선 시대 왕이 웃통을 까고 운동하는 거 한 번이라도 본 적 있습니까? 칼이나 화살을 들고 사냥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체력 단련을 위해 상의를 탈의하고 운동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나요? 아마 못 봤을 겁니다. 하지만 <역린>은 그렇게 시작합니다. 시작부터 주요 관객층의 관심을 확! 잡아두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 내 웹툰 스토리의 도입부는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까요? 주요 타겟층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어떤 장면이나 사건으로 시작할지 상상해보고 아래의 빈칸에 적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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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적으셨나요? 그럼 여러분이 구상한 도입부에 다음의 네 가지가 잘 드러나는지 체크해보세요.     


    1) 언제 어디서 일어나는 일인가?

=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배경을 보여줘야 합니다.

    2) 주요 인물들이 소개되었는가?

= 주인공과 방해자 등 중요한 인물들이 나와야 합니다. 

    3) 주인공의 목적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가?

=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뚜렷하게 제시되어야 합니다. 

    4) 다음 화를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가?

=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 암시되어야 합니다.      


    수업 시간에 이 부분을 다룰 때 1~3번은 쉽게 이해하지만 4번에서 고개를 갸웃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란 무엇일까요? 스토리 속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진 않았지만 앞으로 문제가 될 것 같은 요소를 살짝 보여주는 겁니다. 

    예를 들면, 1화의 마지막 부분은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그런 주인공을 지켜보는 검은 그림자가 있습니다.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매서운 눈으로 주인공을 노려보다가 말없이 사라집니다. 또는 주인공과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친구가 혼자 남겨지자 사악한 표정으로 바뀌며 증오의 눈빛을 번쩍입니다. 이처럼 뚜렷하게 정체가 드러나진 않지만 앞으로 문제가 될 것 같은 요소가 바로 해결되지 않은 갈등입니다. ‘어? 저 검은 그림자는 뭐지?’, ‘뭐야? 이 친구 같은 편 아니었어?’ 해결되지 않은 갈등은 긴장감을 만들고 다음 화를 궁금하게 합니다.        


내 웹툰 스토리의 1화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갈등을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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