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화목한 결혼 생활을 이어 가거나 사춘기의 자녀와 대화를 나누거나 미운 세 살의 말썽을 다독이는데 중요한 요소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고 그 사람의 감정과 관점을 이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이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작가 로먼 크르즈나릭-
몇 해 전, 부모교육을 다녀왔다. 이 지역 시청에서 주관하고 어린이집 연합에서 주최하는 교육이었는데 주제는 [어머니! 지금 자녀를 잘 키우고 계십니까?] 였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게 뭘까. 그저 잘 재워주고 때 되면 잘 먹여주고 그럼 되는 건가? 아니면 일찍부터 한글에, 영어에, 심지어 일본어 중국어를 노출 시켜주고, 각종 비싼 교구들로 방을 채워 줘야 하는 건가.
강의의 내용 중에 EBS 방송에서 엄마와 아이가 노는 과정을 지켜보며 진단하는 게 나온다. 방법은, 엄마와 아이가 공놀이를 한다. 아이는 눈을 가리고 공을 던지고 엄마는 그걸 받아내서 얼마나 많이 받느냐하는 건데 공을 많이 받아낸 엄마의 그룹과 적게 받아낸 엄마의 그룹이 생겼다. 원인을 살펴보니 공을 많이 받아낸 엄마들은 공통적으로 눈을 가린 아이에게 "옳지~", "잘한다.","좋아~","힘내" 등등의 긍정적인 말을 하지만, 공을 적게 받아낸 엄마들은 아이에게 "아니, 아니, 그렇게 말고.", "이쪽으로 던져야지!", "앞으로 던지라고~"등등의 강압적이거나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평상시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것. 그만큼 긍정적으로 반응해주는 엄ㄹ마와 부정적으로 반응해주는 엄마에게서 아이들은 많은 영향을 받는다. 부모의 양육 태도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같은 것은 육아서 몇 권만 읽어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게 참 우스운게 내가 막상하 려면 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가 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지 못하고 욱하게 되어서 "그게 아니지!" 라든가 "이거, 이거!" 라고 콕 짚어서 아이가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는 게 부모 자신인 경우가 많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냐마는 아이가 뭔가를 잘못했을 때 또는 실수 했을 때 아이의 마음을 읽고 잘못된 것을 말해주고 대안을 제시해주는 일련의 일들이 마음처럼 그리 쉽진 않다는 말이다.
이 세상 모든 부모는 분명 초보 시절이 있다. 그 초보 시절에 부모 스스로가 아이의 인성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관심과 노력을 보이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은 떼쟁이가 될 수도 있고 밝고 바르게 자란 아이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내 친구(나보다 늦게 결혼한 친구, 이제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적어도 육아서 3권 정도는 꼭 읽어보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육아서는 육아서 마다 약간씩 다른 지침들이 있고 그래서 조금 혼란스러운 경우도 생긴다. 딱 한 권만 읽으면 그저 그게 진리인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기에, 적어도 3권 정도는 읽어서 그것의 공통적인 지침들을 부모 스스로가 머리와 몸과 마음에 베이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이다. 나 는 1 0년간 수백권의 육아서적들을 읽었는데 그것의 주제가 인성이든, 사회성이든, 감성이든 (이 책에서도 지겹게 말하고 있지만) 내용의 핵심은
1. 아이의 마음 읽어주기
2. 공감해주기
3. 대안 제시해주기
였다. 아이가 말을 잘하게 하고 싶으면 엄마가 수다쟁이가 되어야 하고(아이가 아직 어려서 말을 못 알아듣더라도 엄마는 조잘조잘 말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하고 싶으면 엄마가 책을 많이 읽고 또 읽어주고 책이 넘치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 아이가 떼쟁이가 되지 않게 하려면 위의 3가지가 핵심인 것 같다.
우리 아이는 떼를 거의 쓰지 않았다. 갑자기 떼를 쓸 때가 올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그렇다. 물론 고집은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꼭 해야 하기도 한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주로 들어주긴 하지만 그럴 수 없을 땐,
"엄마가 지금 못 해줄 것 같아. 내일 해주면 안 될까?"
"싫어"
“엄마는 내일 했으면 좋겠는데.”
"알았어. 그럼"
이런 식이다. (만 30개월 기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예시들처럼 말을 하려면 그냥 쉽게 훅, 나오는 게 아니라는 말. (늘 내가 붙이는 말이지만, 그런 사람도 있다) 육아서를 읽다 보면 사소한 팁이나, 어떤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 등이 나도 모르게 내 머리에 각인이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에 익숙해지고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아이가 나를 좀 귀찮게 했을 뿐인데 아이에게 버럭! 소리 지르는 일을 줄일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세상이 변하고 교육관도, 가치관도 변한다지만 여전히 밖에서 아이에게 화를 내는 엄마는 많다. 내 아이가 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은 분명 있는 엄마지만, 그렇게 아이에게 버럭 거리는 횟수가 점점 많아진다면 내 아이의 바른 인성은 길을 잃어 버리기 쉽다. 아이가 크는 만큼 초보 엄마도 성장해 가는 것이 육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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