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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케lykke Sep 17. 2023

초감정이 뭐죠?

아이가 우는 상황일 때 엄마들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화가 날 수도 있고 미안할 수도 있다.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말이나 행동, 스킨십이 특히 어려웠던 민하씨는 동규의 우는 모습을 "괴물 같다"고 표현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이가 울기만 하면 화가 나고 우는 모습이너무 싫다고도 했다. 엄마가 안아주지 않아서 우는 아이를 보면서 '아! 아이가 슬프구나.'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이 아이가 나를 화나게 하네.', '얘가 나를 괴롭히려고 이러는구나.'로 왜곡해서 받아들인 것이다. 민하씨가 느끼는 감정안의 그 무엇, 즉 감정 뒤의 또 다른 자기감정을 심리학에서는 초감정meta-emotion('감정에 대한 감정'으로 감정에 대한 생각, 태도, 관점, 가치관 등을 뜻함)이라고 한다. 자기 안에 있는 '무엇'은 엄마 안에 남아 있는 미해결 과제로 본다. 미해결 과제란 어릴 때 경험 중 완결되지 못했거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다. 어린 시절의 미해결 과제는 초감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울 때 단순히 아이의 감정으로 보지 않고 엄마 자신의 감정으로 느끼는 것이다.

-[마더쇼크] 중에서 -


‘마더쇼크’라는 책을 읽고서 나는 왜 그동안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토록 듣기 싫었던 건지 알게 되었다. 나만 그런 건지 아니면 모든 엄마들이 아이 울음소리가 듣기 싫은 건지 사실 그것도 잘 몰랐었다. 나는 그저 아이의 우는 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고 우는 모습을 한참보다 입을 막으면 될까? 고민한 적도 있다. 내 아이의 울음소리는 정말 컸다. 내 귀에만 큰 건지 그건 모르겠고, 한번 울면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내 귀를 틀어막아도 기어이 비집고 들어와 나를 괴롭게 했었다. 아이가 울 때 민하씨처럼 나도 저런 생각을 했었다.


'얘가 나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끝까지 우는구나.'


이런 감정들이 ‘초감정’이었다니. 순간 내가 잊고 지냈던 내 어린 시절 모습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우리 엄마는 내가 우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었다. 내가 울면 엄마는 굉장히 무서운 표정으로 "듣기 싫어. 울지마." 했었고, 그럼 나는 소리 내어 울지 못해 눈물만 조용히 흘렸었다. 6살, 그때부터 나는 눈물만 흘리는 아이였다. 그래서였던가 보다. 내가 내 아이의 울음소리를 그토록 듣기 싫어했던 이유가. 엄마는 내 울음소리가 듣기 싫어서 나에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으로 나를 대했고 그런 나는 엄마에게 초감정이 대물림되어 내 아이의 울음소리를 거부했던 거다. 


이유를 알고 나니 우리 엄마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연년생 아이 둘을 혼자 키워 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시절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와 아이와 놀아주고 봐주고 하지도 않았을 테고, 넉넉한 집안 살림도 아니었을 테니 여러모로 힘들었을 것이다. 아이 둘이 집안을 어지르고 둘이 싸우고 울고 할 때면 엄마도 다 놓아버리고 울고 싶지 않았을까. 얼마 전 한 매체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아이를 엄마 감정의 수챗구멍으로 만들지 말라.'


우리 엄마도 사는 것이 여러모로 힘들었을 때가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이것저것 다 귀찮았을 때가 있었겠지. 그러니 옆에서 정신 사납게 떠들고 울고 하던 어린 나에게 한 번씩 엄마의 폭발하는 감정을 쏟아부었던 것 아닐까? 엄마 본인이 힘들어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기도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어린 나의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해줄 수가 있었겠는가.


나는 내 아이가 울 때, “눈물이나? 슬퍼?”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아이는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는 엄마에게 마음을 열 고 눈물을 소매로 닦고는 감정을 조금씩 추스른다. 그럼 나는 “엄마한테 얘기를 해봐~” 라고 한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매번 이렇게 하진 못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한다. 엄마가 너무 화나서 화난 감정을 그대로 폭발해버리면 아이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받고 언젠가 그 감정들을 더 크게 뱉어버릴 것이다. 그럼 엄마들은 망가진 아이의 감정을 또 걱정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엄마는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알아야 하겠다. 내 어린 시절에 있었던 감정의 상처들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결혼 전에는 엄마가 정말 이해 안 되는 소리를 할 때 나는 “아, 안 맞아 안 맞아.”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결혼하고 알게 된 것이 있다. 엄마는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모두 해내고 있던 사람이었던 것을. 엄마는 계절마다 계절에 맞는 옷, 이불을 꺼내 잘 정리해 놓으셨고 계절에 맞는 반찬을 만들어 우리에게 먹이셨고 각종 공과금, 세금 등을 날짜에 맞게 딱딱 납부했고, 냄새나지 않게 화장실을 매일매일 깔끔하게 청소했으며, 먼지 앉지 않게 내 방 정리까지 해 놓았었다. 나는 그간 몰랐다. 이런 일들이 그저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엄마의 삶은, 자신의 몸이 아파도 내 아이 아픈 것이 언제나 우선이었던 삶이었다는 걸 나는 여태 몰랐었다. 엄마는 내 생각은 전혀 묻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내 생각만 하던 사람이었다. 그저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이었다. 우리 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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