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스스타일엠배서더 용산 투숙 후기
요즘 주목받는 단어 중 하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대외적인 기업 이미지를 위해 친환경적임을 어필하는 이른바 '위장환경주의'를 뜻하는 용어다.
코로나 이후 친환경이 아닌 필환경 시대가 대두되었다 말할 정도로 사람들은 환경오염에 예민해졌고 그러한 기민함은 소비자의 즉각적인 소비행동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렇기에 일부 기업들이 그린워싱을 통해서라도 소비자의 눈치를 보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일은 아니다.
대표적인 그린워싱 기업은 스타벅스다.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텀블러를 매 시즌 줄줄이 출시 한다거나 연말마다 빠지지 않는 다이어리 장사는 스타벅스가 밀고 있는 친환경적인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
사실 얼마 전 투숙했던 호텔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정말 나는 왠만하면, 그리고 특히나 인터넷 상에서는 나쁜 후기를 잘 남기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인터넷 후기는 휘발되지 않고 타인의 소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친절이나 시설의 노후화, 방음, 그리고 샤워가운이 없었던 호텔의 소소한 불편함은 굳이 여기서 늘어놓지 않기로 한다. 다만 호텔의 이해되지 정책에 대해서는 꼭 언급하고 싶다.
그날 묵었던 호텔의 객실에는 칫솔과 치약이 없었다. 칫솔과 치약을 받기 위해서는 프론트에서 천 원 이상 기부를 해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것도 호텔에 도착한 후 기부함을 보고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취지, 아주 좋다. 나도 요즘 컵홀더 절대 안쓴다. 취지만 보자면 칭찬하고 싶다.
그러나 내가 묵었던 호텔에 실망했던 포인트는 본인이 추구하고 있는 가치에 일관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전형적인 그린워싱의 스탠스를 취했다는 거다.
일회용 슬리퍼가 아닌 다회용 슬리퍼를 사용하는 것은 호텔이 지향하는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생각한다면 용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칫솔과 치약을 제외한 객실의 모든 어메니티가 모두 일회용품이었던 것은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하는 매시지와는 일관되지 않는다.
또한, 기부 주체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환경 단체에 기부를 하는 것이 그 의미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무 연관도 없는 어린이 재단에 칫솔과 치약세트 수익금을 기부하는 것도 아쉬운 포인트였다.
실제로, 그날밤 현금이 없는 투숙객들은 칫솔과 치약을 공수하기 위해 너도 나도 호텔 2층의 24시간 편의점을 털었고 한발 늦은 나는 칫솔 세트를 끝내 구입하지 못했다. 호텔 프론트 직원에게 천원이 없냐는 볼멘소리를 들으며 결국 저 문제의 칫솔세트를 무료로 얻을 수는 있었으나 지금도 그 날은 내게 혼란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친환경인 듯 친환경 아닌 너, 도대체 호텔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