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서점에 간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대형서점의 온라인 앱에서 요즘 공격적으로 프로모션을 전개하여 밖으로 나갈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거니와 읽지 못해 쌓아둔 책을 먼저 읽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했다.
평일의 한적한 모습만 보다가 주말에 사람이 북적거리는 모습이 꽤나 낯설다. 남들도 그렇겠지만은, 서점에 들어서자 마자 직행하는 곳은 베스트셀러 코너다. 사춘기때 즐겨 읽었던 (야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여전히 굳건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읽을때마다 마음이 몽글해지는 여류작가의 소설과 최근 노선을 변경한 진중권의 책도 보인다.
주식책이 보인다. '주린이를 위한 초보 주식책', '주식이 가장 쉬웠어요' 등의 주린이 축에도 못껴는 내가봐도 현혹될만한 책들이 잔뜩이다.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한 방법서를 보니 이러다 전국민이 유튜브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트렌드 코리아의 성공으로 서점 한쪽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트렌드를 담은 책을 투성이다. 그야말로 트렌드붐이다.
수능특강이 새로 나왔는지 앳된 고딩들이 제법 많다. 중년부부는 수많은 주식 책중에 어떤 것을 고를지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듯하다. 직업병인건지 주말에도 나는 매번 사고 실망하는 것을 알면서 '판매를 높이는 SNS 글쓰기' 따위의 책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서점이 좋다. 서점에서 고객이 고르는 책은 솔직하고, 또 솔직하다. 활자와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책을 구입할 때 결코 개인의 취향을 숨길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서글프다. 저성장 시대에서 주식에 희망을 거는 누군가의 마지막 보루가 보이고, 유리멘탈을 지키기 위해 심리학책을 집어드는 퇴근 후 직장인의 다친 마음이 보인다.
서점에는 인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