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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 Sep 18. 2020

팔당에서 생긴 일

하루의 고생이 눈녹듯 사라졌던 포러데이 팔당에서


유달리 하루가 잘 풀리지 않는 날이 있다. 사실 지난주 일요일이 내게는 그러했다. 평소에는 잘 그려지던 눈썹이 이상하리만큼 짱구처럼 그려지는가 하면, 이제는 거의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내 노트북에 연결된 유선 마우스 커서가 멋대로 움직이기도 했다. 이상하게 아침부터 일이 꼬이면 저녁까지 그런 일들이 반복됐다. 느낌상 그랬다.


우리가 처음 가기로 계획했던 곳은 두물머리였다. 2.5단계가 완화된 후 거의 3주만의 만남이었고 줄을 서서 사먹는다는 두물머리 핫도그와 숯불 닭갈비를 먹는 것이 우리의 (사실 나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획이 실현되는 것은 역시 쉽지 않았다. 30분이 지나도 차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럴 만한 것이 일요일 오후였다. 아침에 일찍 출발해 오후 일찍 도착해야 한다고 굳이 언질하지 않은 것은 아침 잠이 많은 일행에 대한 배려였다. 운전대를 잡고 푸념하는 일행에게 몰래 눈을 한번 흘겼다. 결국 우리는 팔당으로 향하기로 타협했다. 목적지까지 거의 두시간을 도로위에서 배회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일은 이상하리만치 잘 풀리지 않았다. 맛있을거라 생각하고 물어물어 찾아간 초계국수가 우리의 입맛에 맞지 않았고 심지어 친구는 초계국수가 왜 따뜻하지 않냐고 내게 반문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초계국수는 애초에 따뜻한 게 없어, 라고 말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차들이 줄을 서서 찾아가는 카페에 겨우 주차를 했지만 이번에는 비싼 돈을 주고 시킨 와플이 문제였다. 빵에 생과일이 올려지는 것을 꺼려하던 일행의 식성이 그제야 생각난 것이다. 재빨리 생과일을 걷어냈지만 결국 싱싱한 과일은 내차지가 되었다. 요즘 핫하다는 홍콩와플 하나 먹어보자고 그걸 까먹었나, 속상하고 미안했다.


뷰가 좋기로 유명한 카페는 역시 명성대로였다. 비록 석양이 내려앉기 전이라 햇빛은 따가웠으나 일행의 표현을 빌리자면 '광합성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광합성이든 자외선이든간에 고단했던 하루가 그 순간 감동과 기쁨으로 뒤덮였다. 고생을 한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순간 생각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오늘이 어떻게 기억될까 하는 상상 말이다. 아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날의 눈썹 모양 같은건 아마 기억도 안날거라는 거다. 돈 주고 벌칙을 받는다며 낄낄거리며 점심을 먹고 막히는 도로 가운데서 노래를 부르는 나를 초등학생 딸 같다고 말하는 친구의 목소리만 남을 터였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요즘 생각한다. 이제는 행복해도 돼, 마음속의 또 다른 내가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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