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면접 이야기

우리는 평생 몇 번의 면접을 보게 될까?

by 살랑

날씨가 좀 이상했다. 나는 지금 분명 서울 땅 위에 있는데 마치 그늘 없는 사막의 한가운데 있는 느낌이 들었다. 햇빛은 강하게 내리쬐는데 공기 중에는 물방울 하나 없는 느낌이랄까.


큰 맘먹고 구입한 카라가 큰 파스텔톤의 여름 셔츠와 평소 잘 차지 않는 가죽 시계가 유독 답답하게

느껴졌다. 사실 가장 답답한 것은 내 마음속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방금 전의 면접에서 막 고배를 마시고 오는 길이었다.


사실 미팅으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사내카페에서 면접을 본것도 어떻게 보면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자기소개 도중에 핸드폰을 끊임없이 힐끔거린것도, 이력서 지참없이 나에대한 질문 하나 없었던 것도 그럭저럭 참을만은 했다.

그런데 참을 수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내가 열심히 일해왔던 시간들이, 내 인생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한 시간의 짧다면 짧을 시간이 무관심과 냉소 속에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회사 입구를 나서며 기업을 조사하기 위해 공들였던 시간들이, 아껴 발랐던 파운데이션이, 면접 대기를 위해 들렀던 카페의 커피값이 아까웠던 것도 잠시.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평생 몇번의 면접을 더 보게될까?'


태어나서 가장 처음 본 면접은 수능이 끝난 직후 프랜차이즈 편의점에서였다. 그 바로 옆 편의점에서 산 지금은 잘 팔지도 않는 종이 이력서에 증명사진을 정성스레 붙여 제출했었다. 그 후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면접을 보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그 우연은 인연이 되기도, 때로는 악연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남은 생 동안 지금까지 본 면접보다 더 많은 면접을 보게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면접 합격과 그에 따라 이어지는 채용여부로 성공과 실패를 가늠한다. 그리고 불합격한 면접의 기억을 복기하려 하기보다는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하기도 한다. 말을 더듬거렸던 기억과 동문서답을 했던 기억이 민망하고 창피해서다.


평소 경험은 자산이라고 생각해왔던 나였다. 어찌보면 방금의 인터뷰 또한 수많은 경험 중의 하나가 아니었던가? 나 또한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내 경험을 빛바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실패, 어쩌면 실패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번의 실수가 다음 면접에서는 말을 더듬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릴 것이고 동문서답 하지 않도록 많은 연습을 하게 할것이다.


그리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교훈들은

분명 미래의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나도, 그리고 당신도 모두 알고있는 진리이다.


방금전까지는 답답하고 후덥지근하던

공기에 잠시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스쳤다.


역시,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이전 04화불안정하다는 것, 그것은 곧 변화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