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회사

by 살랑

요즘은 시간이 날 피해서 도망 다니는 것만 같다. 분명 아침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노르스름한 석양이 순식간에 빌딩 밖 거리를 덮치고 있다. 긴장을 놓을 틈이 없어 집에 돌아오면 늘 온몸의 힘이 빠진다. 해왔던 일과는 조금 다른 영역의 일, 신선하고 궁금하지만 실수할까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실무진 면접과 과제 면접, 팀장 면접과 대표 면접을 거쳐 한 회사에 입사한 지는 일주일이 되었다. 여러모로 신기한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5시간에 달하는 면접, 면접자도 지치지만 면접관들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이 아닌데도 면접 절차가 정교하고 촘촘했다. 놀라웠던 건 그 오랜 시간 동안 무례한 질문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직무에 대한 질문은 무척이나 날카로웠지만 말이다.


대표 면접은 더 신기했다. 나이가 지긋한 노신사를 상상하며 화상 회의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했던 내 눈에 보인 것은 에어 팟을 끼고 있는 이제 막 중년이 된 사내의 모습이었다. 애플과 나이키를 사랑할 것 같은 대표님은 언뜻 봐도 유쾌한 분 같았다.


오늘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에 본인의 오늘 가장 중요한 일정은 나를 만나는 일이라고 했던 그의 친절한 대답을 듣는 순간 이 회사에 꼭 입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 그 소망은 현실이 되었다.


물론 연봉이 어마어마하고 규모가 큰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영어 이름으로 직급 없이 소통하고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조직문화는 어떤 것보다 내가 속하게 된 이 회사가 매력적인 이유다.


아무래도 나는 신기한 회사에 들어오게 된 것 같다.

요즘 운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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