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스페인 가을 여행(18)

결혼 40년 되던 해 2019년 늦가을

by 기현서

15. 아름다운 도시 발렌시아 2 (11.16)


성배를 찾아서


다시 성배를 찾으러 대성당과 바실리카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찾을 수가 없다. 전날 현지인에게 물어봤더니 바실리카에 있다고 해서 특히 그곳을 자세히 봤는데 없다.


19년 전 본 적이 있는 발렌시아 대성당의 성배는 그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다. 히스토리 채널도 발렌시아 대성당 성배 진위 논란에 대해 방송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것을 보러 온다.


혹시 대성당이 논란을 잠재우려고 일반인에게 보여주지 않고 따로 보관해 버린 것 일까? 알 수도 없고 물어보지도 못했다. 결국 성배는 찾지 못했다. 과거에 촬영한 사진이 있으려나? 그때는 아날로그 카메라로 찍은 것 같다.


전날과 다른 발렌시아 광장들의 분위기


오전 10시경 인데도 사람들의 왕래가 많다. 어제도 비슷한 시간에 움직였는데 한산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오늘은 노상 카페에 사람들이 햇볕을 쬐며 가족끼리 아침을 먹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도 한몫을 한다.


각종 장신구, 토속 예술품, 그림 등을 벌려놓은 좌판이나 매대들이 보인다. 또 늦게 도착한 상인들은 적당한 장소를 찾아 판매대를 설치하느라 손이 바쁘다.

날씨는 아주 화창하다. 공기는 다소 싸늘한 감이 있지만 햇살을 받으며 앉아있기 좋은 날씨다. 그래서일까? 대성당 주변에 있는 비르헨(Plaza del la Virgen) 광장, 라 레이나 광장(Plaza de la Reina), 레돈다(Plaza Redonda) 광장 모두 사람들의 왕래가 많다.


모든 식당과 카페들이 아침부터 영업을 활기차게 하고 있다. 정말 먹을거리가 많기도 하고 또 그에 맞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 먹고 마시고 돌아다닌다. 물론 나와 아내도 그 사람들의 일부이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하고 몇 번 중얼거린 소리를 들었는지 아내가 '오늘 토요일이라 그렇지' 하고 대답한다. 아 참 그렇지. 둔하고 미련한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다. 어제 금요일이었다는 것을 금세 까먹었다. 여행 나온 뒤 일자만 기억하고 요일을 까먹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찾은 메르카도 센트랄, 역시 유럽 최고의 메르카도


골목길을 다니면서 길을 찾다 지도를 보니 내가 메르카도 센트랄(중앙시장)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가 봤다. 그런데 웬걸 메르카도 주변에서부터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사람 많은 쪽으로 따라가고 있는데 먼저 앞장섰던 아내가 '시장 열었다' 하고 큰 소리 친다. 그래서 소리 나는 곳을 올려 봤더니 정말 메르카도 센트랄이 열려있다.


역시다. 아내의 시각과 청각 그리고 길 눈치는 예전부터 알아줄 만하다. 나는 길을 지도로 찾고 아내는 감각과 기억으로 찾는다. 그런데 혼란스러운 곳에서는 아내의 판단이 대부분 맞는다. 아내는 벌써 메르카도 계단에 올라서 있다. 아내는 원래 재래시장에 관심이 많다.


알아보니 새벽에 열어 오후 1시면 닫는다고 한다. 들어가 본 중앙시장의 규모는 매우 크고 깨끗했다.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로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가능한 범위내에서 한적한 공간을 찾아 촬영했다.


사람들이 주말 시장을 보고 있다. 카터를 끌거나 시장바구니를 들고 있다. 또 비닐 봉지를 손에 들고 다닌다.


중앙시장은 우리 가락 시장과 같이 도매시장이 아니고 소매시장이다. 소위 규모가 큰 재래시장이다. 식품의 품질이 좋고 가격도 저렴해 많은 사람들이 많이 온다. 농산물, 모든 종류의 육류, 해산물, 과일, 말린 것, 염장한 것, 숙성시킨 것, 문어, 홍어, 오징어, 내장, 심지어 어린이 의류도 팔고 있다. 대형 슈퍼마켓이 일반화되기 이전에는 지금보다 더 붐볐을 것이다.


아내는 재래시장 흥미있게 둘러본다.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다. 한국과 가격을 비교하며 너무 싸다는 소리를 해댄다. 여러 가게를 엿보다가 군것질 거리로 망고와 기위 말린 것을 각각 250 그램 샀다. 먹어보니 크게 달지 않으면서 맛이 괜찮다. 아내가 망고 1킬로만 더 사자고 한다. 한국으로 가져가고 싶단다. 나는 말렸다. 식품은 가져가지 말라고. 그랬더니 잘 포장 하면 된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아내 의사를 거역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떠났기 때문에 다시 그 가게에 갔다. 판매하는 아주머니 표정이 따듯하다. 아까 사간 것을 기억하는 모양이다. 다행히 1킬로 그램 짜리 진공 포장된 것이 있다. 아내는 대단히 만족해서 환하게 웃는다.


발렌시아 택시운전사가 유럽 최고의 시장이라고 하더니만 실제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 남짓 재미있게 둘러보았다.


파에야 칼도소 콘 보가반테(Paella caldoso con bogavante)


점심 먹을 곳을 찾는데 광장 또는 관광지 주변 식당은 사람들로 차 있다. 그리고 곁눈질해 먹고 있는 파에야를 보니 품질이 맘에 들지 않는다.


여기저기 골목을 돌며 식당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스페인 전통 분위기가 물씬 나는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꽤 크기도 하고 단정한 식당이다. 그런데 우리가 첫 고객이다.


내 직감으로 좋은 식당인 것 같다. 아구아 콘 가스(agua con gas)를 시켰더니 페리에를 가져다준다. 속으로 괜찮네 하고 생각하고 전식은 믹스드 샐러드 본식은 파에야 콘 보가반테(Paella con bogavante)를 주문했다.


믹스드 샐러드가 나왔다. 온도, 식감 그리고 신선도 모두 좋다. 좋은 식당인데 왜 손님이 없지? 위치 때문인가? 하고 생각했다. 파에야가 나왔다. 보기에도 좋고 먹음직하다. 한 국자 떠서 먼저 맛을 봤다. '이 맛이야' 란 말이 나온다. 맛있다. 아내는 가재부터 공격한다. 나는 국물과 쌀만 먹었다.


결국 가재 한 마리를 아내가 다 먹어 치웠다. 나머지 국물과 쌀은 나보다 많이 먹으라며 자기는 배가 부른 것 같단다. 그리고 대충 대충 먹는다.


어찌 됐든 발렌시아 일정 마지막 날에 파에야의 고향에서 파에야를 맛있게 먹었다. 식사 값도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은 수준이다.


지도에 소개된 관광명소를 찾아 걷다


발렌시아 관광 지도에 소개된 관광 명소 중 가보지 못한 곳을 골라 산책 겸 걷기로 했다. 운동 삼아 걷는 것이라 아주 천천히 돌아다녔다.


세라노 탑, 북부 기차역, 엘 카르멘 탑, 라 롱하 등. 이 곳 들을 찾아다니며 숨어 있는 도시 풍경들을 자연스럽게 본다. 바쁜 여행이 아니어서 마음껏 여유를 부린다. 나는 사진 찍고 아내는 가게 기웃거리고....


새삼스럽게 발렌시아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어느 곳을 가나 품위가 있는 건물들이 잘 관리되어 있다. 얼핏 낡은 느낌도 있다. 그러나 세월이 투영된 건물에 석양 햇빛과 주변의 가을 색깔은 보는 이의 마음에 감동을 준다. 그 순간의 빛과 풍경을 간직하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토요일 오후의 시청 광장


호텔의 위치가 플라자 데 아윤타미엔토(Plaza de Ayuntamiento) 즉 우리말로 시청광장 옆에 있다. 다른 광장보다 크다. 그리고 중심 광장이다. 오후 5시쯤 이곳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광장에서 먹고 마신다.


공항에서 택시 타고 들어올 때 운전사가 발렌시아 사람들은 하루에 다섯 끼를 먹는다고 해서 '농담이지?' 하고 말했더니 실제 그렇다고 말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아침과 점심 사이 메리엔다(Merienda)라는 간단한 간식을 한다. 그런데 발렌시아에서는 점심과 저녁 사이에도 또 간단하게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관광객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정말 식당과 카페테리아가 많다. 카페테리아에서도 간단한 식사를 다 제공한다.


광장 중앙에 무대가 설치되었다. 아마 밤새 놀아 댈 모양이다. 또 언제 설치했는지 광장에 대형 임시 놀이기구들이 들어서고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고 있다. 스페인과 중남미 국가에서 오랜 해외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그들의 여유로움과 느리게 살아감이 생소하다.


호텔로 일찍 들어왔다. 북 치고 악기 연주하는 소리가 멀리서 새벽까지 들렸다.


이제 내일 아침 일찍 그라나다로 이동한다. 장시간 버스를 탄다. 안달루시아 평원을 거쳐 갈 것이다. 올리브 나무가 많이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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