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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Oct 04. 2022

멕시코 마약전쟁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중남미에서 제조되거나 생산된 불법 주류나 마약을 밀수출하는데 필요한 보관 및 환적 장소로 활용되었다. 미국 금주법 시대에는 멕시코에서 불법 제조된 주류가 밀수출되었고 금주법이 종료된 1933년부터 1960년대까지는 헤로인, 대마 등이 불법으로 미국에 반입되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기존의 헤로인, 대마 등에 더해 콜롬비아 메데인 카르텔과 칼리 카르텔과 연계된 코카인이 기존 경로를 활용해 미국에 밀수출되었다.


 멕시코 제도혁명당(PRI)은 2000년 우파 성향의 국가 행동당(PAN)에게 정권을 넘겨줄 때까지 70년 동안 마약 카르텔들과 부패를 고리로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 역할을 한 경우가 많았다. 정치인과 공무원 특히 사법부 공무원들이 마약 카르텔들의 수뢰와 신체 협박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 되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마약 관련 범죄와 폭력의 증가는 불가피했다.


 미국 정부의 추정에 따르면 멕시코 마약 밀매 조직(DTO, Drug Trafficking Organization)의 연간 수익은 수백억 불에 이른다. 따라서 이들은 마약의 생산, 수출입, 유통에 필요한 영역 확보를 위해 상호 간 그리고 경찰과 정부군을 상대로 참혹한 수준의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다. 동시에 청부살인, 강절도, 납치, 인신매매, 무기 암거래 등의 범죄도 일상적으로 저지르고 있다.


 멕시코 마약 밀매 조직은 1980년대에 조직된 과달라하라 카르텔(Guadalajara Cartel)이다. 과달라하라 카르텔은 당초 마리화나를 미국에 밀수출하였으나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과 연계해 코카인을 유통시키며 크게 성장했다. 당시 콜롬비아의 메데인 카르텔과 칼리 카르텔은 그동안 사용해왔던 카리브 운송 루트가 미국 마약 단속국(DEA)의 표적이 되자 미멕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밀수출을 시작한 것이 그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과달라하라 카르텔은 1985년 대마초 밀수출 사업에 결정적인 피해를 준 미국 마약 단속국 비밀요원인 카마레나(Enrique Camarena)를 납치해 살해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멕시코 정부와 미국 마약 단속국은 카르텔을 공격하여 보스들을 체포하거나 살해하여 카르텔 세력을 약화시켰다.  


 과달라하라 카르텔은 조직의 보호와 생존을 위해 지역별로 특화된 몇 개의 독립된 카르텔들 즉  티후아나 카르텔(Tijuana Cartel), 후아레스 카르텔(Juárez Cartel), 걸프 카르텔(Gulf Cartel), 시날로아 카르텔(Sinaloa Cartel), 소노라 카르텔(Sonora Cartel) 등으로 분화되었다. 이들은 분화된 뒤 서로 경쟁과 이합집산의 과정을 거치면서 강력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또한 새로운 신규 카르텔들이 만들어지거나 기존 카르텔에서 분화하기도 했는데 이들 중 강력한 조직을 형성한 것들은 미초아칸 가족 카르텔(Michoacan Family Cartel), 템플 기사단 카르텔(The Knights Templar Cartel), 로스 제타스(Los Zetas), 벨트란 레이바 카르텔(Beltrán Leyba Cartel), 밀레니오 카르텔(The Milenio Cartel), 신세대 할리스코 카르텔(CJNG: Jalisco New Generation Cartel) 등이다. 현재에도 멕시코 마약 카르텔 들은 흥망성쇠를 계속하면서 분화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미국 마약 단속국(DEA)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활동이 미국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멕시코 정부의 마약 카르텔 근절 활동을 지원했다. 특히 칼데론 신정부 출범에 맞춰 2007년부터 미국은 ‘메리다 이니시어티브(Mérida Initiative)’작전을 멕시코 정부와 공동으로 실시했다.


 2006년 12월 취임한 민주행동당(PAN) 칼데론 대통령은 취임 후 즉시 군 병력을 투입해 마약 카르텔을 소탕하는 일명 멕시코 마약전쟁(Mexican Drug War)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인명 피해와 인권 유린 상황이 발생하였다.


 우선 그는 마약 카르텔 소탕을 위해 6,500명의 정부군을 미초아칸 주에 보내며 시작했다. 이후부터 현재까지 멕시코 정부군과 마약 카르텔들은 비대칭 저강도 무력 충돌을 계속하고 있다. 마약전쟁이 길어지면서 정부군의 규모는 45,000명에 이르게 되었다.


 정부군의 투입으로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의 보스들이 체포되거나 사살되면서 마약전쟁은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중 마약 관련 범죄와 폭력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였는데 칼데론 대통령 재임 6년 동안 약 50,000명이 살해된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12만 명 이상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첫째 정부군 공격으로 발생한 카르텔 보스의 체포나 피살은 반드시 조직의 내분으로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분리된 신생 카르텔과 영역 다툼으로 발생한 많은 살상 둘째 기존 카르텔들 간 영역다툼 셋째 군경의 소탕작전 중 카르텔 조직원들을 포함한 다수의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들이 지적되고 있다.


 2012년 12월 취임한 제도혁명당(PRI) 페냐 니에토(Enrique Peña Nieto) 대통령은 전임 칼데론 대통령의 강경정책을 완화하고 유혈 충돌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그는 카르텔 보스들을 특정하고 제거하는 방식으로 마약 카르텔을 공격했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대와는 다르게 재임 14개월 동안 23,640명이 피살당하는 등 범죄와 폭력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특히 2014년 이구알라 대학생 대규모 납치사건(Iguala Mass Kidnapping), 2015년 시날로아 카르텔 보스 엘 차포(El Chapo)의 탈옥, 대통령 개인과 측근의 부패 스캔들 등이 발생하여 사회 문제화되자 그의 미약 카르탤에 대한 정책은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다만 그의 재임 중 국가 치안을 군에서 분리해 내무부로 귀속시키고 5,000명 규모의 국가 경찰군(National Gendarmerie) 창설과 국내 보안법(Law of Internal Security)을 제정한 것 등은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암로(AMLO)로 불리는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opéz Obrador) 대통령은 중도 좌파 성향인 국가재건운동당(MORENA) 후보로서 대선에 세 번 도전한 끝에 당선되어 2018년 12월 1일 취임했다.


 그는 2006년 칼데론 대통령이 시작한 마약전쟁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멕시코의 고질인 경제적 불평등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하며 2019년 1월 마약전쟁의 종식을 선언했다. 그는 마약의 생산과 불법 유통에 관련된 모든 멕시코인들을 사면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취한 마약퇴치 정책은 국내적으로 논쟁을 일으켰다. 우선 멕시코 마약전쟁을 시작한 우파 칼데론 전임 대통령은 마약 카르텔들의 범죄와 폭력이 감소하고 있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정책은 문제가 많다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대선공약이었던 국가 방위군(National Guard) 창설을 완료하고 군대 수준의 경찰 업무를 수행하도록 조치했다. 국가 방위군은 연방경찰의 엘리트 부서, 경찰군, 해군, 보안군 요원들로 구성해 만들어졌다. 국가 방위군은 마약 카르텔의 소탕과 함께 그들이 송유관에서 석유를 절도하지 못하도록 대응 조치를 하고 있다.


 칼데론 대통령이 시작한 멕시코 마약전쟁은 국내외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비판의 근거는 마약전쟁이 결과적으로 군경과 마약 카르텔 그리고 카르텔 상호 간 무장 충돌만 확산시켜 많은 인명피해와 인권유린을 일으킨 반면 정작 범죄와 폭력을 줄이는 것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데 것이다.


 특히 비판자들은 무력 진압보다는 빈곤 계층들이 마약 카르텔에 가입해 활동하는 기회를 줄이기 위해 경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이 필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험적으로 볼 때 한 대형 마약 카르텔의 붕괴는 다수의 중소규모 마약 범죄조직으로 분할되고 그곳에서 다시 강력한 마약 카르텔이 형성되어 폭력을 확산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걸프 카르텔의 무장 조직으로 시작한 로스 제타스가 걸프 카르텔 보스가 체포된 뒤 발생한 내분 과정에서 분리해 나와 잔혹하고 강력한 마약 카르텔로 성장한 것과 밀레니오 카르텔에서 분리된 신세대 할리스코 카르텔이 단기간에 전국적으로 강력한 마약 카르텔로 부상한 것이 그 사례들이다.


 그러나 칼데론 전임 대통령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마약 카르텔의 범죄와 폭력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온건 정책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강하다. 따라서 마약범죄와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강온정책을 적절하게 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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