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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Dec 26. 2019

하마터면 평생 똥배로 살뻔했다

중년 아줌마의 복근 만들기 체험기


1년 전 일이다. 학교 점심시간에 밥을 먹다 실수로 반찬을 조금 흘렸다. 그 순간 '원효대사의 해골 바가지 물의 깨달음'처럼 ‘내가 흘린 반찬이 왜 가슴 부위에 떨어지지 않고 내  배.위.에. 안착했냐’라는 사실에 의문과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뉴튼은 떨어지는 사과에 중력을 발견했고, 나는 떨어진 반찬에 내 뱃살을 확인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옷을 세탁할 때면 상의 배 부분에 음식물 얼룩 자국이 묻어있었다.     


       “아니 음식을 입으로 안 먹고 배로 먹었나?!”    


배가 많이 나온 사람들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공감할 것이다. 배가 많이 나오면 웬만한 것들은 배 위에 안정적으로 올려놓을 수 있게 된다. 좀 더 살이 찌면 뱃살이 두겹, 삼겹으로 겹쳐져서 그 사이로 볼펜 같은 간단한 필기도구도 수납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른다. 퉁퉁하게 튀어나온 배가 '중년의 인격'이라며 스스로 합리화하고 위안하며 살아오다 이런 나의 못난 현실을 ‘흘린 반찬’으로 인해 제대로 자각하기 시작했다.    


배만 들어가도 옷맵시가 살고, 입고 싶은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있을 텐데 어느덧 내 옷장에는 ‘현대 학부모의 필수품 우리 아이 학원 배웅용’ 롱원피스와 쫙쫙~늘어나는(그러면서도 적당히 헐거워야 한다. 안 그러면 하체에 피가 잘 안 통해서 스스로 고문을 당하게 된다.) 레깅스만이 종류별로 가득하다. 컬러는 무조건 수축되어 보이는 ‘블랙’으로! (블랙의 장점은 갑자기 장례식에 갈 일이 생길 때 복장 걱정 안 하고 언제든지 조문하러 갈 수 있다는 점이다...나라는 사람은 참 쓸데 없이 긍정적이다.) 밝은 컬러는 금물이다! 안 그러면 ‘나 살쪘소~~~’하고 온 동네방네 떠들어대는 광고 효과가 있으니까.    


 오랜 직장 생활 동안 무수한 회식 자리와(지금까지 몇 백번은 하지 않았을까...) 스트레스로 인한 군것질과 야식 그리고 느려진 신진대사의 주범 나잇살이 만들어 내는 콜라보로 나의 허리는 24인치에서 36인치를 가뿐히 넘겨버렸다. 게다가 꽤 오랫동안 운동했다가 운동을 2년 이상 쉬다보니 체중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었다. 그리고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엄청난 대식가이기도 하다. (와플 정도는 식사후 후식으로 4개 정도 먹어치운다) 인간의 몸 중에서 어깨뼈, 갈비뼈, 골반뼈와는 다르게 허리 쪽만 유일하게 뼈가 없어서 체중이 늘어나는 만큼 허리 사이즈도 계속 늘어날 수 있단다. 그렇다면 나의 허리는 이대로 가다간 앞으로도 계속 신기록을 갱신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직장인 건강검진에서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살을 빼라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도 가볍게 무시하고 살아왔었다. 그런데 수업 중  한 학생의 결정적인 말 한 방이 나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선생님 엉덩이가 바지 먹었어요!

                         바지가 불쌍해요!!!”    

  

그 말을 듣고 그 날 나는 내 생활 태도와 내 몸에 대해 대대적인 변화를 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아이고~나어먹었나봐~"


“나이 먹어서 그런가? 물만 먹어도 살찌네~”

(아니다. 사실 물처럼 음식을 먹어댔다.)


아고고~ 계단 올라가는 것도 무릎이 아파서 못 올라가겠다.”    


 한때 날씬한 허리를 자랑했던 내가(물론 그땐 20대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이.먹.어.서.  그렇다’라는 말 한마디 뒤에 ‘나의 모든 게으름’을 합리화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 내가 내 몸 하나 돌보지도 못하면서 무슨 자기계발을 하고 누구를 가르치며 살아간단 말인가? 그동안의 게으름과 사람들의 놀림에 부끄러움보단 누구를 향한 것인지도 모를 화가 치밀어 올랐다.    


현실을 자각하고 신랄한 자기비판의 시간을 가진 터에 이 결심이 사라지기 전에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필요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하루 종일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주부로서 집안일까지 기다리고 있는 나로서는 운동시간을 따로 할 여유가 많진 않은 것이 문제였다.     


필라텔스를 배워볼까?

학원이 너무 멀고 금액도 비싸다. 탈락!    


복싱이 운동량도 엄청나고 스트레스에도 그만이라던데...

그런데 복싱학원에서는 여대생에겐 친절하고 아줌마는 줄넘기만 주구장창 시킨다는 한 지인 말에 또 탈락!    


한때 요가에 심취해서 요가를  꽤 오랫동안 열심히 배웠지만 요가 학원도 마을버스를 타고 다녀야해서 시간이 별로 없는 내게 현실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헬쓰장을 등록했다. 마음에 드는 헬쓰장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별로 없으니 '헬세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돈을 지불했으니 일단 ‘뽕은 뽑아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도 활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헬쓰장 조차 못가는 날에는 홈트레이닝도 추가했다.  


  이렇게 다시 운동을 시작한지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중간에 결심이 무너져 자포자기를 하기도 했고, 현실과 적당히 타협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더이상 나잇살이라는 핑계에 숨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그 후에 어떻게 되었냐고? 병원에서 처방하는 식이조절약 하나 먹지 않고, 비만 클리닉의 관리 한 번 받지 않고 오직 내 의지대로 내가 실천 한 것으로만 현재는 24~25인치의 허리를 되찾게 되었다.(20여 년 만에 되찾은 허리 감회가 새롭다!)     


 나는 전문 트레이너는 아니지만 나의 경험과 다 년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지극히 개인적이고 체험적인 나의 운동 노하우를 조금씩 공개하고 공유 해 볼까 한다. (참고로 웨이트 트레이닝25년 요가 경력은 10년 정도 된다. )특히 언제나 경제적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의 경험치가 이벤트 상품 같은 공짜 꿀팁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건강하고 탄력 있는 중년의 몸도 더이상 TV속 연예인의 전유물이 아니길 희망한다. (그렇다고 내가 연예인의 몸이 되었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우리 중년 아줌마, 아저씨도 나이 먹었다고 좌절하지 말고 인생 제2막, 제3막을 신나게 누리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번 새해에도 어김없이 운동과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있는가?(운동과 다이어트, 독서 그리고 영어공부를 해야한다고 누가  몰래 헌법에라도 정해 놓았는지 우리 모두의 새해 결심은 거의 다 똑같다.)


앞으로 내 몸을 바꾸는 아주 사소한 습관과 노하우를 함께 실천하고 공유했으면 한다.



Q :  여러분의 새해 결심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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