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환자임에도 주변 지인들은 나와 통화하며 위로받곤 한다.(내가 위로받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내게서 위로를 받는다)
SITUATION 1.
ㅡ지인 A :이자까야~
나 이번에 직장에서 상여금 줄었어~ 짜증 나!
ㅡ이자까야 : 나는 지금 직장도 못 다니고 있어서 상여금은 아예 받지도 못했어..
ㅡ지인 A : ㆍㆍㆍ
SITUATION 2.
ㅡ지인 B : 오늘 길에서귀걸이 잃어 버렸어!
ㅡ 이자까야 :... 오늘 우리 집에 도둑 당했어. (진짜 도둑 당했다)
ㅡ지인 B : ㆍㆍㆍ
사람들은 "저 사람은 지금 나보다도 악조건이네~. 그래도 나는저 사람보다는 상황이 낫구나... 다행이다..." 뭐 이렇게들 위로를 받는다.
나의 경우는 타인에게서 이성적인 위로의 말보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내겐 위로였다.
90세가 넘는 할머니가 줄넘기와 스트레칭을 하는 것을 보고 나도 줄넘기와 스트레칭을 하고, 하체가 없이 태어난 사람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을 보고 이까짓 공황장애가 뭐라며 나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악조건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떠한 히어로물 영화보다도 감동적이다. 그리고 나를 다시 일으켜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놈의 SNS는 밝고 긍정적이다 못해 자랑과 거짓의 향연이다. 벤츠 로고가 보이는 핸들 위에 롤렉스 시계가 살짝 보이게 손을 얹고 사진을 찍는다.
"오늘 노을이 참 눈부시다"
뭐 이런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면서. (노을과 벤츠와 롤렉스 시계는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차라리 그냥 차를 자랑하고 시계 모델명을 자랑하면 정보성 글이라도 될 수 있겠다.
그리고 SNS에는 온통 미슐렝 맛집, 오마카세 투어, 세계 여행하는 모습뿐이다. 자신의 모습은 내가 알던 그들이 아니다. 필터로 색감을 보정하는 것까진 인간적으로 이해한다.
"얘가 내가 아는 걔라고?!!!"
그런데주변 시공간이 왜곡된 메타버스는 해도 해도 너무 한 것 같다. 다들 인공지능 AI모델이 되고 싶은 건가?
역경을 극복하는 사람에게선 동기유발의 자극을받지만 많은 모습들이 과장. 포장, 거짓으로 꾸며 된 SNS 모습 속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서로 누가 누가 자랑을 잘하는지 허세게임을 하는 것 같다.
누군가 말하길 인생에서 SNS가 인생의 허비라고 말했지만 일단 우울증 환자가 보기엔 백해무익이 맞다. 타인들의 과장된 자랑의 향연에 우울증만 더 심해진다. 혹시 우울증 환자 이신분들은 당장 SNS를 끊길 강권 한다.
싸이월드 시절부터 페이스북, 인스타 등의 SNS를 보며 내가
느낀 건 "나만 빼고 다 행복하구나..."라는 생각이다.(사실 수 십장의 사진 중에서 최고로 잘 나온 사진을 업로드해 놓고선 그들은 그 사진이 '일상의 모습'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내게 이러한 사고방식이 못난 나의 피해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다른 건 몰라도 '타인들의 합'과 자신을 비교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우리의 자존감을 지키기 어려움은 자명한 일이다. 아주 가끔 허세의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탈은 있겠지만 그들도 방심은 해서는 안될 것이다.
SNS : '슬'픈 '나'를 만드는 '시'스템의 약자는 아닐까?
ㅡ사진출처: 태국 사진작가 총푸 바리톤(Chompoo Baritone)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밖에 숨겨진 진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