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cobalt Jun 03. 2023

오늘은 좀 어땠어?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닌 지 3년이 되어가고 있다.

살기 위해,  기어가는 심정으로 찾아갔던 병원을 요즘은 더 나은 나의 일상을 위해,  나아가 더 나은 나와 삶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다닌다.

처음  정신과를 찾은 이유는 산후우울증  때문이었고,  우울증에서 벗어난 이후로도 나의 불편한 감정에 대해 들어가다 보니 PMS(생리전 증후군)가 나의 감정이 호르몬에 완전히 장악해 나를 휘두른다는 것을 알고 필요한 약을 받기 위해 주기적으로 찾아간다.

이제는 꽤 편안해진 선생님 방으로 들어가면,  선생님은 가끔 힘겨워 보이실 때도 있지만,  온화한 눈으로 웃어주시며 묻는다.  "요즘은 좀 어떠세요?"

초기에는 이 질문이 참 당황스러웠다.  

질문도 추상적인 데다,  아무도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요즘 별일 없었어?"라고 묻는다.  그러면 대개는 "응 별일 없었어"라고 얼버무리면 된다.

그런데 "요즘은 어떠세요?"라는 질문에는 반드시 생각을 해야 한다.

나의 생활과 마음상태를 돌아보지 않으면 답하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나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된 후부터 나의 상태가 호전되어 갔던 것 같다.  정신과 의사를 매번 만날 수도 없고 모든 사람이 자기 인생으로 바쁜 상황에서,  내가 나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누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볼 것인가.  

요즘은 '요즘'을 넘어서,  하루하루가 참 소중한데,  내가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도 되었다.  

"오늘은,  좀 어땠어?"

매일매일,  내가 나에게 하루를 마치기 전  그렇게 물어봐 준다면 나의 하루의 끝이 다를 것 같고 내일의 시작도 다를 것 같다.  오늘을 생각하며 오늘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내일 조금 더 잘하면 되니까.  

작가의 이전글 첫 학부모 상담 그리고 잠 못 드는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