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시간을 갖는 여행이 처음인지라
그에 따른 설렘과 포부가 꽤 컸었다.
노트북, 아이패드, 이어폰, 무선 키보드 등등
챙길 것도 많았고 여행 가서 그림 작업을 해야지,
책 한 권 만들 글을 써야지,
새로운 목표를 찾아와야지,
어디를 꼭 가봐야지 등등 어수선한 생각의
부피만 커져 갔다.
그 부피만큼 꾸릴 여행 짐도 많아졌다.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욕망의 부피를 줄여야 했다.
먼저 노트북을 뺐다.
패션쇼 할 것도 아니니 옷도 더 단출하게 챙겼다.
세면도구도 머무를 숙소에서 제공되기에 빼버렸다.
김영하 작가의 책 ‘여행의 이유’에서
작가는 영감을 위해서나 글을 쓰기 위해서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오히려 그것들과 멀어지기 위해 떠난다고 하였다.
그래야만 여행은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는 글이 생각나서
계획은 무슨… 낯선 다른 장소와 시간에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야 나의 짐은 훨씬 가벼워졌다.
혹시나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영감이 떠오른다면 간단히 메모를 해두면 될 일이었다.
모든 기대와 욕망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안했다.
이번 혼자만의 여행에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공간의 힘이다.
아들들이 성인으로 성장하고 나니
어느 때부터는 덩그러니 혼자 남겨질 때가
종종 생기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럴 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들어낸다.
뭐 그런 작은 소소한 시간도 참 좋아한다.
여행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반복되는 일상과 공간에서 벗어난다는 것 아닐까.
가끔 아주 가끔이라도
나를 다른 장소와 공간에 초대해 보는 건 어떨까.
해보니 참 새롭고 좋았다.
혼자만의 시간여행 강력 추천합니다.
_2024 10월 혼자만의 시간을 갖은 제주 여행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