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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운 Jan 06. 2024

3화. 극 I가 일하는 법

창고형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알바들이 20여 명쯤 바글거리며 서 있었다. 80% 정도는 40, 50대 아줌마로 보였고 간간히 20대 여자애들이 섞여 있었다.


반장으로 보이는 직원이 알바 수를 세고 있었고 나는 늦게 도착했지만 눈치를 못 채는 것 같았다. 반장은 나까지 수를 세더니 업무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창고 한쪽에는 물건들이 자동으로 운반되는 컨베이벨트가 놓여 있었다. 반장은 알바들이 서 있는 쪽에 커다란 테이블을 가져오라고 하더니 의자를 가져와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유명 아이돌의 사진을 올려 하나하나 작은 비닐 포장을 하라고 지시했다. 단 아이돌의 사진 얼굴에 절대 조그마한 흠집이 생겨서는 안 되고 한 장이라도 없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출처 : Shutterstock)

다른 알바들처럼 의자를 가져다 놓은 나는 작은 비닐 안에 사진들을 넣기 시작했다. 일은 대단히 쉬웠고 다들 조용히 일했다. 다만 사진에 조금이라고 흠집이 생길까 봐 구겨질까 봐 조심 또 조심했다. 2시간 업무 후 10분간 휴식 시간을 주었다.     


처음 온 곳이고 처음  사람들이라 그저 조심하자는 생각 밖에 없어 조용히 핸드폰만 들여다보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스티로폼에 쌓인 도시락이 왔다. 작업대를 치워 깨끗한 종이를 깔고 다들 밥을 먹었다.


아는 알바들은 둘셋씩 서로 얘기하며 밥을 먹었지만 근본적으로 MBTI ‘I형’인 나는 핸드폰만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하니 첫날 다른 알바들에게 말을 걸며 정보를 알아보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E형’이 유리하다)


(이미지 출처 : ShutterStock)

점심시간이 지난 후 반장은 컨베이어 벨트를 돌려야 한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제일 앞에서 벨트 위에 올라간 포장 박스 안에 접착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데 전날 작업에서 그걸 잘 못해서 일이 많이 늦었다고.


누구 잘하시는 분 없느냐고 물었고 다른 알바들은 다들 반장의 눈길을 피하는 눈치였다. 기존 알바들은 처음 온 나에게 손가락질을 했고 반장은 나에게 해 보겠냐고 물었다.


다른 알바들이 나를 슬쩍 밀었고 극 I인 나는 못한다고 부정도 못하고 얼떨결에 그 자리에 앉게 되었다. 두려워 손가락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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