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자. 아이들은 다 커서 집안에 할 일이 없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어렵지도 않다. 매일 돈을 써서 놀러 다닐 수도 없고 함께 놀러 갈 친구들도 마땅치 않다.
그러나 시간은 넘쳐나고 집에만 있으면 우울했다. 아직 뭔가를 할 체력은 충분하고 노후 준비도 생각나고 내 손으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생각하고 생각하다 알바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미지 출처 : 게티 이미지 뱅크)
핸드폰에서 알바를 중개하는 앱을 다운로드하여 들여다보니 첫 화면에 대형 물류 센터 알바 여러 개가 번쩍거리고 있었다. 다른 건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50대 여자로 회원 가입해서 그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알바는 힘들다고 소문이 나 있는 자리였다. 나는 망설였다.
요양 보호사 자격증이 없어 돌봄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식당 알바도 여러 개 보였지만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여 년을 집안일을 했는데 또 비슷한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내려 몇몇 콜센터 구인 광고를 찾아냈다. 월급은 나쁘지 않았지만 매일 출근을 해야 하고 하루 종일 전화 응대를 해야 한다. 진짜 고민했지만 난 육체적인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콜센터에 하루 종일 앉아 전화를 받으며 뱃살이 느는 것보다 힘들더라고 몸을 움직이는 게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지역 기반 물물 판매 앱에서도 알바 자리가 올라온다는 생각이 났다. 얼른 들어가 검색어에 ‘알바’ 쳐 넣으니 진짜 몇 개가 떴다. 대부분이 작은 공장 포장 알바였다. 왜냐하면 나는 경기도 외곽의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산다면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게티 이미지 뱅크)
하루 8시간 근무에 일당 10만 원이라는 돈도 나쁘지 않았다. 일 소개에 어렵지 않은 포장일이라는 내용이 있어서 알아보겠다는 심정으로 공장에 전화를 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이는 공장이 아니라 인력 알선 업체였다.
정 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는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날에만 일할 수 있으며 일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게 제일 마음에 들어 하겠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