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장에게 하겠다고 얘기하자 정 부장은 공장에는 어떻게 오느냐고 물었다. 나는 인력 운반 차량이 없느냐고 물었고 정 부장은 있다며 운반 차량이 픽업하는 주소를 문자로 알려주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5분 만에 다시 전화가 왔다. 그 공장은 조금 전에 알바 인력이 다 차서 다른 공장을 소개해주면 안 되겠냐고.
다른 공장은 8시간에 10만 원이 아닌 내려간 일당이었고 나는 기분이 확 나빠졌다. 정 부장은 다른 공장 일이 더 쉽고 유명 아이돌 음반 포장 업무라고 꼬셨다.
내려간 일당이 여전히 최저 시급보다는 높은 점도 괜찮았고 나는 한번 연결된 기회를 그대로 놓치긴 아쉬웠다. 한 번만 속아 보자는 심정도 들어, 가겠다고 알렸다.
주소를 받고 다음날 아침 운반 차량이 픽업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운반 차량이 출근 시간보다 10분 늦게 도착했다. 나는 기가 막혔지만 운반 차량을 운전하던 정 부장은 웃으며 괜찮다고 하였다.
차량 안에는 2명 정도 내 나이 또래 중년 여성 (아줌마 혹은 여사님)이 더 있었고 우리는 함께 아이돌 음반 포장 공장에 도착했다.
버스도 잘 안 다니는 외곽 지역 논밭 가운데 몇몇 작은 공장들이 있었고 그중 하나가 우리가 가는 아이돌 음반 포장 공장이었다. 제법 큰 포장 회사인데 대형 창고형이었다.
공장 입구로 들어가는데 그 앞 공터에 대형 운반 트럭도 서 있었지만 자동차들이 20 여대 서 있었다. 그중에는 벤츠, BMW 등 반짝이는 외제차들도 몇 대 있었다. 처음에 나는 회사 대표나 임원들 차인 줄 알았다.
그러나 함께 탄 다른 아줌마들이 차를 보며 ‘누구누구’ 왔네 말했다. 나는 놀랐다.
공장 입구에 주차되어 있는 외제차들도 놀라웠지만 더 들어가자 유명 아이돌 음반과 화보집이 꽁꽁 비닐에 덮여 산처럼 쌓여 있는 것도 놀라웠다. 그 위에는 ‘절도가 발생 시 절도범에게는 무거운 형사 처벌을 부가합니다’라는 문구가 빨간 글씨로 쓰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