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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운 May 05. 2024

부드러운 봄밤, 고궁 음악회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봄밤, 고궁 음악회를 2개나 다녀왔습니다. 진짜 운이 좋았어요.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5일까지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에서 봄 궁중문화축전이 열렸습니다. 경복궁의 별빛 야행, 덕수궁의 달빛 기행 등의 프로그램이 열렸는데 티켓팅이 치열했습니다.      


올해는 경복궁에서 열리는 ‘100인의 치세지음’과 ‘고궁 뮤지컬 세종 1446’ 티켓팅에 성공해 보고 왔어요. 


가야금 합주 ‘침향무’입니다.      



황병기가 신라 불상의 아름다움을 보고 작곡했는데요 외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명곡입니다. 경복궁 근정전 봄밤의 어두움 속에서도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가야금 소리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흔히 궁중 음악으로 가장 많이 아는 ‘영산회상’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지루한 느낌이 있지만 조선 시대에는 선비들이 사랑한 음악입니다. 단조로 멜로디가 단조롭게 흘러갑니다.      


단조로움으로 유명한 서양 클래식이 있죠. 바흐의 곡들입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입니다. 


https://youtu.be/G7EEACEefH0?si=uxzVEmugpK4RXrEE


단조로워서 잠이 올 지경이지만 오래 듣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바흐의 곡들은 멜로디가 반복되고 조금의 변주가 더해지며 점차 폭이 커집니다. 종교성이 깊은 귀족들의 음악입니다. 

    

‘영산회상’도 조선 시대 선비들의 유교 사상에 기반한 곡입니다. 질서와 평화로움을 예찬한 지배 계급의 음악이죠.      


시전 잡배들에게는 남녀 상열 지사인 판소리가 있습니다. ‘춘향가’가 대표적이죠. 그리고 임금이나 불교를 우회해서 비난하는 탈춤도 유행했습니다. 이 분야 음악의 특징은 자극적입니다.     


서양에서는 클래식이 귀족 음악을 벗어난 게 모차르트였을 때부터라고 평가합니다. 모차르트가 술과 여자를 즐기던 방정맞은 인물이었다는 건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잘 나옵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에서는 바흐식의 음악 논리를 깨는 유쾌함과 낭만주의가 잘 드러납니다.      


저는 바흐의 곡들을 좋아합니다. 계속 들으며 잠이 올 정도로 마음이 평안해지기 때문입니다. 단조로움에는 그런 미덕이 있습니다. 그러나 남녀 상열 지사 음악도 좋아해요. 단조로운 일상을 깨고 에너지를 솟구치게 합니다. 


같은 경복궁 근정전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세종 1446’도 봤습니다. 



봄밤, 들어가 보기도 힘든 근정전 앞에 왕처럼 앉아서 인왕산에서 내려오는 황금 같은 바람을 맞으며 옛날 왕의 노래를 감상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된 것 같습니다. 


왕의 점잖은 물놀이터 ‘경회루’의 밤사진도 붙입니다. 



부지런을 떨어 덤으로 창경궁의 ‘물빛 연화’도 봤어요. 



나무와 연못 위에 펼쳐지는 미디어 아트가 신기합니다. 마치 커다란 용이 하늘로 날아와 연못 속으로 들어가는 듯 보입니다. 티켓팅 없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고궁에서의 아름다운 봄밤이었습니다. 가을에도 ‘궁중문화축전’이 열립니다. 9월 초부터 신경 쓰시면 티켓팅에 성공하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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