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말고 응원2

이글스와 파이터즈

by 최용

프로그램 이름이 최강야구이던 때부터 불꽃야구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요소는 다양하다. 우선, 은퇴한 프로선수들을 예능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실력을 경기장에서 보여주면서도, 락커룸과 훈련장에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화려했던 과거와 지금의 솔직한 모습이 교차하면서 묘한 매력을 만들어낸다.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도 이 프로그램을 보는 또 다른 재미요소이다. 야구와 선수들에 대한 애정, 전문성, 승부사 기질.. 80이 넘은 야구 할아버지의 리더십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큰 재미는 트라이아웃을 거쳐 불꽃야구의 멤버가 된 선수들의 ‘성장 서사’를 보는 데 있다. 고교 졸업 후 프로팀에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 대학리그나 독립리그에서 묵묵히 뛰던 선수들이 불꽃야구 무대를 통해 다시 기회를 얻고, 때로는 실제 프로에 콜업되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큰 감동이다. 나는 그들을 응원하면서 프로그램을 더 깊이 즐기게 된다.


이 응원의 감정은 KBO에서 한화 이글스를 응원할 때의 감정과 사뭇 다르다.

이글스를 응원할 때 나는 ‘이기길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질까 봐 걱정하는 마음’을 함께 가지고 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넘어서 걱정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파이터즈를 응원할 때는 ‘질까 봐 두려운 마음’보다는 ‘잘하길 바라는 마음’이 앞선다. 물론 지면 아쉽다. 하지만 그것이 곧 걱정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두 팀을 나는 왜 다르게 응원하게 될까? 그 차이는 단순히 실제 승부냐 예능 속 승부냐의 차이가 아니다. 불꽃야구 역시 진짜다. 예능 프로그램이라 해도 파이터즈 선수들은 누구보다 간절하게 승부에 임한다. 다만, 한화 이글스를 응원할 때의 나는 ‘결과’를 목적으로 바라본다. 과정에서의 즐거움조차 승리를 위한 과정일 때만 크게 느껴진다. 즉, 이글스를 응원할 때의 마음은 이미 완성체인 팀이 좋은 결과를 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반면 파이터즈를 응원할 때는 결과보다는 ‘일상과 성장’을 응원한다. 선수들을 완성체가 아닌 성장하는 존재로 본다. 작은 변화, 짧은 순간에도 배우고 극복해 나가는 모습 하나하나를 응원한다. 응원의 중심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기 때문에, 패배조차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 차이는 응원과 걱정의 차이로 정리할 수 있다. 걱정은 결과를 향한 마음이다.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팀에 대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강할수록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응원은 지금 이 순간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할 때 생겨난다. 과정과 이유를 알게 되고, 보여주는 모든 것을 이해할 때, 결과가 어떻든 응원은 순수하게 이어진다.


불꽃야구가 주는 특별한 재미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선수들은 마이크를 차고 훈련하고 시합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그들의 숨결, 대화, 고민과 노력까지 모두 함께 듣고 본다.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니, 결과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파이터즈의 시합은 이기든 지든 모두 의미가 있다.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는 나의 태도와 파이터즈를 응원하는 나의 태도는 그래서 다르다. 결과를 중심으로 보면 걱정이 앞서고, 과정을 중심으로 보면 응원만 남는다.


결국 진짜 응원은 걱정을 넘어서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즐길 때 비로소 응원은 가장 순수해진다.


걱정하지 말고 응원하자.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누군가를, 혹은 어떤 팀을 사랑하는 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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