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말자
「클라이언트가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
우리는 사람을 돕는 분야에서 일하기 때문에 클라이언트 자신보다도 더 클라이언트의 생활이 나아지는 것을 기대하기 쉽다. 우리는 클라이언트의 삶이 조금만 달라지면 생활이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좋은 뜻에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변화보다 더 많은 변화를 바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클라이언트는 조금의 변화에도 대단히 만족할 수 있다. 그에게는 매우 작은 변화도 큰 위안이 될 수 있으며 지금은 단지 위안이 되는 그것을 누리고 싶을 수도 있다. 이럴 때 코치는 자신이 기대한 변화나 계획에 따르지 말고 클라이언트가 변화에 필요한 시간과 원하는 마음을 따라야 한다.
김인수와 Peter Szabó가 쓴 책 《해결중심 단기코칭》에 있는 내용이다.
요약해보면, 코치는 코치의 욕구나 속도가 아닌 클라이언트의 상황과 속도에 맞춰서 코칭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문장에서 ‘우리’라는 단어를 ‘부모’, ‘교사’, ‘리더’로 바꿔보자. 그리고 ‘클라이언트’를 ‘자녀’, ‘학생’, ‘구성원’으로 바꿔보자. 어떻게 읽히는가?
“부모는 자녀의 삶이 조금만 달라지면 생활이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좋은 뜻에서 자녀가 원하는 방향보다 더 많은 변화를 바랄 수 있다.”, “이럴 때 부모는 자신이 기대한 변화나 계획에 따르지 말고 자녀가 변화에 필요한 시간과 원하는 마음을 따라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주어와 대상을 바꾼 위의 글에 동의되는지 궁금하다. 나는 완전 동의된다. 물론, 교사나 리더의 경우 때로는 교육방향과 조직미션에 따라 교사 또는 리더가 주도하는 시간과 계획이 있을 것이다. 그 시간과 계획이 강요되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이나 구성원의 자발적(내적)동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들이 갖춘 마음과 그들의 시간과 속도를 확인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지식의 저주’라는 정의가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다른 사람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여, 타인의 이해 부족을 공감하지 못하고 효과적인 설명이나 소통에 실패하게 되는 인지적 편향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는 지식의 내용만 의미하지 않는다. 지식을 얻게 된 방식, 학습방법, 인지프로세스 등 지식습득 과정도 그 정보에 포함된다. 즉, ‘지식의 저주’는 지식 내용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지식습득 과정에 의해서도 발생하는 편향이다.
리더의 리더십 수행 장면을 생각해보자. 구성원(팔로워)에 비해 리더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구성원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어한다. 이 마음은 좋다. 아니,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조직을 책임지는 리더로서 구성원에게 다양한 기술과 지식을 전파하는 것은 의무이기도 하니까. 문제는 그 마음을 행사하는 행동양식, 즉 리더십 실행방식의 차이에서 나올 수 있다. 구성원을 위하는 행동을 그들의 정서와 동기, 그들의 니즈와 속도에 맞추기 보다는 리더의 필요와 속도에 맞추려는 경향이 크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조직의 필요에 따라 강제된 속도와 방향이 요구되기도 한다. 하지만 강제된 방법은 리더가 의도한 목적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다. 강제하는 방식의 리더십 행동은 구성원들의 표면적 행동을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내면의 행동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결과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도 조직이 요구하는 필요성을 구성원이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살피고, 그들의 속도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리더십 행동을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코치는 왜 클라이언트의 필요와 속도를 고려해야 할까? 그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검증된 방법이기 때문이다. 코칭의 역사와 다양한 연구들이 이를 반복해서 증명해왔다. 자녀 양육, 학교 교육, 조직 리딩, 변화목표 수행 등 코칭이 필요한 다양한 장면에서도 코치가 클라이언트에게 적용하는 방식을 준용할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녀를 교육하고 양육할 때, 학생을 가르칠 때, 부서원을 리딩할 때, 그들을 코칭 클라이언트처럼 대해보면 어떨까? 그들의 속도와 준비 정도를 존중하며 객관성을 유지할 때, 코칭의 진정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