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내가 번역한 책이 출간될 때마다 굳이 대형서점까지 가서는 존재감도 없이 책꽂이에 박혀 있는 책을 일부러 빼꼼히 꺼내어놓고 인증샷을 찍고 왔던 적이 있었다. 그런 내가 산책하듯 드나드는 도서관에서 내 역서들을 안 찾아봤을 리 없겠지. ㅎㅎ 마흔다섯 권의 내 역서 중 우리 동네 도서관에 있는 책은 모두 여덟 권. 겨우 여덟 권밖에 없다니 섭섭한데요, 싶다가도 그렇게 크지도 않은 도서관에 여덟 권이나 있다고 생각하며 뿌듯해하고 있다.
하루는 무슨 마음이 동했는지, 도서관에 있는 내 역서들의 인증샷도 찍어두고 싶었다. 그런데 진작에 찍어놨어야 했나? 여덟 권 중 두 권은 이미 종합 열람실에서 사서들이 따로 관리하는 서가로 옮겨지고 없었다.(굳이 사서에게 부탁해 찾아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두 권은 대출 중. 오오오! 내 역서를 누군가 빌려 갔다고?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리하여 그날 남아있던 네 권의 역서를 예전에 하던 대로 빼꼼히 꺼내어놓고 조용히 인증샷을 찍는데… 왠지 기분이 묘했다. 등 떠밀리듯 번역 일에서 멀어진 채 무기력하게 도서관을 헤매고 있는 내가 그래도 여전히 찾고 싶고 가고 싶은 방향이 번역, 바로 그 방향이 아닌가 싶어서.
뭐 그러다가 다른 번역가들이 쓴 에세이집이라도 또 하나 발견하면 몹시 배 아파하며 더 헤맬지도 모르겠지만. 아! 내 책은요? 종이책이 되지 못한 불쌍한 내 전자책 말이에요.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