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24-26 01화

24 26

빈지노를 좋아하지만 빈지노 앨범과는 상관없는 내용

by 김토끼

21살에 군대에 가고 23살에 전역을 했다. 약 5개월간 전혀 다른 세상에 적응하며 살다 보니 어느새 나는 24살이 되었다. 24살의 김영호는 학교에서 들었던 시 창작 수업이 계기가 되어 갑자기 시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평생 시에 대한 고민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주제에. 글쓰기에서 재능이라고는 보여준 적도 없는 주제에. 지금 생각해 봐도 그때의 난 참으로 이상한 꿈을 꾸었다.
26살이 된 현재. 돌이켜보면 많은 일이 있었지만, 아마 세상에서 나의 위치를 검색해보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이 틀림없다. 3년 전 좁은 방안의 침대에 누워있던 나와, 2019년 침대에 누워있는 나의 차이점은 나이뿐이다. 열심히 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연극 동아리에서 연출이 되어 연극을 올렸다. 카메오로 후배들의 연극에 출연하기도 했다. 정육점, 마트, 도넛 가게, 피자가게,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틈이 나면 시를 쓰고 크고 작은 여러 공모전에 응모했다가 떨어졌다. 학교에 다녔다. 1학년 때 놀아서 2점대에 머물던 학점을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서 3점대로 올려놓았다. 블로그에 팝송을 나름대로 번역해가며 글을 써 올렸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뒤돌아 내 옛 모습을 다시 돌아보니 꽤 치열하게 살았다. 그러나 내 치열했던 삶은 사회로 나올 준비를 하며 작성해야 했던 이력서를 마주한 순간 백지가 되어버렸다. 나는 내 능력을 증명할 수상경력, 자격증란에는 한 글자도 쓸 말이 없었다. 근무 이력을 쓰는 공간에는 내가 3년간 쉬지 않고 했던 수많은 아르바이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나는 자기소개를 쓰는 공간에 일할 ‘의지’가 가득하다는 열정만 필사적으로 채워 넣었다. 그날 우리 집 좁은 거실은 컴퓨터의 타자 소리가 유난히도 타닥타닥 울렸다. 나의 24살부터 26살까지의 3년간의 인생은 마치 힘껏 불어넣은 내 숨에 바스러져 버린 악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모은 글들은 그 부서진 악기의 조각을 찾아 헤매는 몸부림이다. 내게도 반짝이던 악기가 분명 있었음을 증명하고 싶은 억울함이다. 이렇게 말을 하고 보면 내 주제에 걸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멋쩍기도 하지만. 사실 포장지를 벗겨보면 그저 평범한 20대 대학생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떠오른 평범한 생각들을 적어낸 것뿐이다.
나이에 시옷 받침이 들어가면 중반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스물셋부터 스물여섯이 이십 대 중반이라는 이야기이다. 군대에 있었던 내 스물셋은 제외하더라도 지나가버린 스물넷, 다섯을 지나가고 있는 스물여섯의 끝자락에서 서랍 정리를 하듯 정리하고 있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이고, 결코 가지런히 놓일 수는 없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가능한 가지런히 나열하여 소개해주고 싶다. 내 24살에서 26살까지의 일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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