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는 아직도 연극을 합니다. 옆에서 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연극을 정말 사랑하고, 또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 합니다. 그리고 극장 일, 극장 외의 일 등 바쁜 일과를 보내며 그 속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 반대입니다. 무슨 일이든 쉬운 길을 찾고, 여유로운 생활 속에서 삶의 행복을 느꼈습니다. 여자친구는 가끔 저에게 ‘계속 연극을 해도 될지’ 묻곤 합니다. 아무래도 해가 지나고, ‘일반적인 삶’과는 동떨어진 생활에 불안함을 느끼는 거겠죠. 저는 그냥 연극을 계속 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여자친구가 언젠가는 연극으로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저는 지금 논술학원 선생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극장을 나온 직후에는 화, 수, 목에만 일을 하다가, 지금은 다행히도 화, 수, 목, 금, 토요일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정말 먹고 살만해 졌습니다. 여자친구가 열심히 사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어 열심히 살려고 노력중이기도 합니다.
과거는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에 늦어 뛰어가다가 똥을 밟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덕분에 신발을 갈아신으러 집으로 돌아가야 하고, 덕분에 버스, 지하철을 놓치게 됩니다. 하지만 그날 만약, 타려던 버스가 사고가 나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면 어떨까요. 똥을 밟았던 불쾌한 과거는 나를 살린 운명적인 사건이 됩니다. 과거는 그걸 해석하는 사람이 어떤 방향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연극 배우를 했던 일을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인생에서 2년 가량을 방황한 셈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20대가 끝나고 30대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지금 여자친구를 만났고, 결혼할 상대를 만났습니다. 또 연극을 하며 만났던 사람들, 연극을 통해 했던 경험들은 값지다고는 못하겠지만 저에게는 꽤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좋은 사람도 많고, 나쁜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다 좋은 면이 있고 나쁜 면이 있는 법이죠.
지금은 학원 선생 하나, 연극 배우 하나, 강아지 하나가 같은 집에서 삽니다. 여전히 다툴 때도 많습니다. 둘이서 아는 이야기로 깔깔거리며 함께 엉덩이 춤을 추기도 합니다. 저는 극장에 있던 경험을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