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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Mar 06. 2022

D+52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알듯 말듯 아리송하다. 


사방에 도배된 문구들


중국 거리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 공통적으로 붙어 있는 문구들이 있다. 버스 정류장에도, 공원에도, 공사판 가림막에도 쓰여 . 이른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이다. 2012 11 중국공산당 18 회의에서 처음 보고되었고, 2017 10 19 회의에서 시진핑  서기가 다시 한번 육성과 실천을 강조했다. 이름도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가 지향하는 바를 알려준다.  


(국가 차원) 부강富强, 민주民主, 문명文明, 화협(조화)和谐 
(사회 차원) 자유自由, 평등平等, 공정公正, 법치法治
(개인 차원) 애국爱国, 경업(직업중시)敬业, 성신(성실함)诚信, 우선(상호존중)友善
<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 *오른쪽 위에서부터 아래 순으로 읽어야 한다


국가 차원 : 부강 민주 문명 조화


부강富强


온갖 좋은 말들이 많은데 일단 중요한 건 순서다. 국가, 사회, 개인  국가가 우선이다. 그중에서도 부강이 일등이다


덩샤오핑은 일찍이 “가난은 사회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게 개혁, 개방이 시작되었다. 마르크스 역사관에 따르면 역사는 자본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순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했던 러시아, 중국 모두 자본주의를 제대로 발전하지 않은 국가였다. 마오쩌둥은 대약진 운동과 같이 사회 운동을 통해으로 경제 개발을 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구원 투수 덩샤오핑은 “시장경제는 자본주의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는 파격적인 멘트를 날리며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서 계급투쟁은 사라지고 국가의 부강이 전면에 내세워졌다. 


민주民主


중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보다 더 “우리나라가 민주적이다”라고 믿는다. ‘국가의 민주화 정도’에 대해 중국 사람은 7.1점을 주었고, 한국 사람은 6.9점을 주었다. 중국 정부는 민주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주장한다. 서구식 선거 민주주의는 사회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비판한다. 북한도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라 주장한다. 중국은 '중국 특색 민주주의'가 있다고 믿는다. '서구 선거 민주'와 달리 중국에는 ‘인민 민주’, ‘실질 민주’가 있다는 주장이다. 삼개 대표론으로 공산당이 전 계층을 대표하고, 공산당이 전 인민을 위해 정책을 펼치니 이것이 안정된 민주라는 뜻이다. 이해할 필요 없다. 알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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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文明


중국 TV, 라디오, 광고판에서 유행어처럼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다. 우리에게 익숙한 4대 '문명', 고대 마야 '문명'과 같은 Civilization과 다른 뜻이다. 높은 공중도덕 의식, 선진의식, 사회 에티켓과 같은 뜻이다. 침을 바닥 뱉으면 '문명'하지 못한 행동이다. 해외여행을 가서 관광지 벽에 낙서를 해도 '문명'하지 못한 행동이다. 중국에서 우리 모두 '문명 행동합시다'라는 선전 문구가 여기저기 많다. 중국 경제 발전으로 중국인의 해외여행이 많아지자 '중국인의 비매너'가 이슈가 되고는 했다. 중국 정부도 이를 인식하여 시민들의 '문명 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화협(조화)和谐 


부강이 경제발전을 중시한다면 화협(조화)은 조화롭고, 안전된 사회 발전을 의미한다. 중국의 자산, 소득 불평등 수준은 한국보다 심하다. 도시와 농촌, 연해 및 내륙 지방간 경제 발전 수준 차이가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후진타오는 일찍이 '과학적 발전관'을 들고 나왔고, 현재 시진핑은 '공동부유론'을 들고 나왔다. 국가는 부강해야 하나 빈부격차로 사회가 불안정해서는 안된다. 



사회 차원 : 자유 평등 공정 법치


자유自由


중국에 무슨 자유가 있느냐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중국에서 민감한 정치 이슈만 건들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자유가 있다. 중국에서 일상적인 경제, 사회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제약이 있다고 느끼기 어렵다. 


'넘지 않아야 하는 선'은 보통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고 부르는 내용들이다. 국가주권(인권 등 중국 '주권'을 무시하는 행위), 영토 완정(대만 문제 등), 정치제도와 사회의 전반적인 안정(당 권위에 도전,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행위) 등이다. 


https://brunch.co.kr/@booknsword/48


요새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 경제 분야까지 더 좁혀오고 있다. 정부 입장에 반할 경우 기업이 어떻게 되는지는 앤트 그룹, 디디추싱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중국에서 국가가 기업보다 위에 있음은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정부의 의지와 메시지는 갈수록 강해진다.  


평등平等, 공정公正, 법치法治


다 맞고 좋은 말이다. 지향하는 바가 그렇단다.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사법체계도 당의 지도를 받는 구조라 독립성이 어디까지 보장될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법 앞에 평등과 실질 평등을 지향하고,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를 지향하며, 법에 따라 나라를 통치(依法治国)하기를 지향한다.    



개인 차원 : 애국, 경업(직업중시), 성신(성실함), 우선(상호존중)


애국爱国


개인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관 1호가 애국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서는 애국심이 필수다. '전랑', '장진호' 같은 영화가 유행한다. 이런 정부 선전이 젊은 세대에게 잘 먹힌다. 샤오펀홍(小粉红)은 온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애국청년'을 말한다. 해외에서는 샤오펀홍이 중국식 쇼비니즘으로 부정적으로 해석되지만 , 중국에서는 훌륭한 애국 젊은이를 가리키는 말로 좋은 뜻으로 사용된다. '미국의 중국 압박' 뉴스는 중국 정부가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둘도 없는 좋은 재료이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수록, 중국 사람들의 애국심은 더 고취되고, 당과 정부의 지배 정당성은 더 확고해진다.  


일본은 '위대한 황국 신민'이 아시아를 지배하는 것은 정당하니 '대동아 공영권'이 필요하다며 주변 나라를 침략했다.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지지자)를 압박한다며 주권 국가를 침공하고 있다. 모두 '애국심'에서 시작되었다. 중국의 애국주의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멈추기를 바란다.  


경업(직업중시)敬业, 성신(성실)诚信, 우선(상호존중)友善


경업과 성신은 건전한 근로의식을 의미한다. 사회주의 가치관이라기보다 전통적인 유교 가치관에 더 가깝지 않을까. 우선은 시민 간 상호 존중하고 상부상조하는 정신을 가리킨다.  



이 열여섯 개 좋은 말 집합이 중국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이라고 한단다. 중국특색사회주의에서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 궁금했는데 다시 보니 이 좋은 말들이 남는다. 국가 부강을 전면에 내세운 것 이외에는 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중시하는 가치와 무엇이 다른가 싶다. 이념 대립은 끝이 난 건가? 그런데 중국과 다른 나라와의 갈등은 끝이 나지 않는다. 아리송하다. 



참조

 - 社会主义核心价值观

 - 小粉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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