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아, 오늘은 누나 학교 대표 행사인 솜씨자랑 발표회가 있었어.
솔직히 이료재활전공과 성인 학생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딱히 없는….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학령기 학생들의 1년간 방과 후 활동을 뽐내는 자리.
우리 성인 학생들은 뒷켠에 안마 의자를 깔고 학부모님들 어깨 주물러 주는 정도로 참여를 해.
학생들 무대 의상 계속 갈아입히고, 율동하는 학생들 잘 보이는 곳에 서서 더 큰 동작으로 율동하고, 마이크 들고뛰어다니고, 직접 사회를 보고, 강당 청소하고, 행사 의자 세팅하고 뒷정리까지 눈 뜬 동료들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구나.
누나 집에서도 그렇잖아.
‘손’ 아닌 ‘돈’을 보태는 자.
학교에서는 ‘손’ 아닌 ‘안마’를 보태는 자.
음 오늘 행사에서는 학부모님 한 분 어깨를 풀어드렸네.
교통사고가 났었다고 하시더라고.
예의상 하는 인사겠지만.
“선생님, 진짜 어깨가 훨씬 편해요. 감사합니다.”
“어머님 혹시 평일에 시간 되시면 저희 임상실 오셔도 좋을 것 같아요.
교통사고 후유증은 고약해서 당장은 괜찮은 것 같아도 치료 안 하시면 오래 고생하세요.
임상실에는 베드도 있으니 편히 누워서 전신받으시면 몸이 한결 가벼워지실 거예요.”
“아, 학교에서 무료로 안마를 해주신다고요?”
“네. 우리 학생들 자격증 받기 전에 실습 과정으로 해드리고 있어요.”
안마 잘 안 팔리더라.
학부모님들 옷도 빼입고 오셨을 테고 뒤에 앉기가 아무래도 어색하셨는지….
박수만 열심히 쳤네.
우리 학생들 전문 성우님 지도로 연극도 하고, 피아노며 노래며 밴드며 솜씨 자랑을 겁나게 했어라.
강산아, 맹학교 무대에서 볼 수 없는 게 뭔 줄 알아?
바로 춤.
유주 초등학교 때도 생각했었는데, 비장애인 친구들은 진짜 춤을 많이 추더라고.
우리 학생들은 대부분 악기나 목소리로 유희를 즐기는 거지.
아, 오늘 율동은 휠체어에 앉은 친구들과 나란히 의자에 앉은 자세로 단 한 팀이 선 보였다더라.
교장선생님 말씀하셨어.
우리 학생들이 놀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고.
검색해 보니까 ‘호모 루덴스’라는구나.
얼마나 근사한 교육철학이니!
공부만 잘하는 AI 같은 인간 말고, 장애가 있어도 사회에 매끄럽게 어우러지는, 그리하여 놀 줄 알고, 즐길 줄도 아는 사람을 양성하는 배움터.
쇤네 또한 ‘호모 루덴스’로 거듭나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