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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Nov 28. 2024

왔구나 첫눈이

강산아, 여기 아랫동내는 117년 만에 11월 폭설이라는 기이한 기상 현상을 맞고 있어.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기온 탓에 아직 해수면 온도가 식지 않아 습설이 내린다는 보도가 들려오는구나.

어제는 모처럼 헬스장에서 운동 기구 무게추를 한 단계씩 업글을 했어요.

뻐근하니 이 느낌 아주 기분 좋은데, 오늘은 퇴근이 살짝 늦어 헬스장을 못 갔거든.

초저녁부터 쏟아지는 잠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거라.

누웠지 뭐.

부녀는 삼겹살 데이트를 나가고, 나는 온수메트와 혼연일체가 되었어.

꿀잠 자고 났더니 새벽 2시 8분이로세.

주섬주섬 일어나 이어폰을 꽂은 거야.

도둑놈처럼 살금살금 화장실도 다녀왔지.

기어이는 깊은 밤 이렇게 잠꾸러기 강산이를 깨우고 마는구나.

그냥 첫눈 왔다고, 솔직히 누나로서는 1도 감흥이 없는 소식이지만….

알았어. 도깨비짓 그만하고 잘게.

누나가 이럴 때를 대비하여 빗소리 ASMR을 준비해 뒀어요.

아, 파도 소리도 있다.

누나 비멍이며 파도멍을 사정없이 때려보고 싶은데, 어느새 겨울이 와 버렸네.

소녀는 내일까지 단축수업이래.

선배들 시험 기간이 그저 고마울 밖에.

오늘은 글쎄 친구들과 어울려 소녀 졸업한 초등학교를 갔다는 거야.

6학년 때 담임선생님도 만나고, 방과 후 독서논술 샘도 만나고 너무너무 좋았다고.

“유주 1학기에도 다녀오지 않았어?”

“어, 선생님들이 또 오라고 하셨거든.”

“여보게, 선생님들이 그냥 인사로 그렇게 말씀하신 거지. 얼마나 업무가 바쁘신데, 거길 또 가냐.”

“독서논술 샘이 졸업하고 진짜 온 애들은 처음이라고 하시며 완전 반가워하셨는데 뭐.”

“독서논술 끝내면서 독서도 졸업했다고 말씀드리지 그랬어.”

“에헴.”

강산이, 깨워서 미안.

내일 아니 오늘을 위해 다시 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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