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확실합니다.

여포성 림프종 입니다.

by 혜원

월요일에 입원해서 목요일에 퇴원하고 그 다음 월요일, 아이들 학교에서 메시지가 왔다. 복통이 유행이니 가정에서 각별히 조심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필 그날, 딸이 배가 아프다고 조퇴를 했다. 나는 이 복통이 그 복통 일까봐 당장 GP 를 예약했다. 아이들은 병원비가 무료라서 어디가 아프면 바로 예약을 하는데, 가장 빠른 가능한 날짜는 목요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하루 이틀 기다리는 동안 딸내미는 말짱했고, 목요일에도 신나게 학교에 갔다. 그래서 GP 예약을 취소하려던 나는 급 마음을 바꾸어 그 예약을 내 앞으로 변경했다. 아직 병원에서 조직검사에 관해 아무 연락 못 받았지만 너무 답답하고 궁금했던 차라, 비싼 돈 내고 GP 상담이라도 받고 싶었던 거였다.

나를 본 GP 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안 그래도 혹시 결과가 나왔는지 지켜보고 있었어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안 왔는데. 지금 다시 한번 확인해 보죠.”

아니 큰 병원에서 전화를 받을 줄로만 알았지, 여기 와서 이렇게 우연히 확인할 수도 있는 거였어?

그리고 두둥. 결과가 나와 있었다.

GP 는 뚫어져라 모니터를 보더니 말했다.

“암이 맞네요..."

나는 순간 무너져 버렸다. 나 이제 어떡하냐고 아이처럼 울었던 것 같다. 높은 가능성으로 암 같습니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확실한 절망이었다.

GP 는 그런 나를 일으켜 세웠다. 들어 보라고, 치료가 가능한 암이라고.

이건 follicular lymphoma (여포성 림프종) 라는건데, 아주 천천히 자라는 암이라고 했다. Stage-병기로는 3기 정도 될 것 같다고. 하지만 병기 말고도 중요한 개념인 grade-등급이 있는데, 세포의 성질이 얼마나 빠르고 공격적인지를 나타내는 것이며, 나는 1등급, 즉 매우 천천히 자라는 저등급 이라는 거였다.

GP 는 결과지를 열심히 보고 이리저리 검색까지 한 후 나에게 많은 정보와 희망을 동시에 주더니, 나를 맡게 될 스페셜리스트를 검색해서 그의 얼굴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사람, 정말 괜찮은 의사예요."


정말 괜찮은 의사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미래를 쥐고 있는 듯한 Tom의 얼굴을 모니터로 빤히 들여다 보았다.

GP 일반 진료 예약 시간은 15분인데, 정신줄을 몇 번 들었다 놨다 반복하는 동안 시간은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정식으로 암 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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