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포성 림프종
높은 확률로 림프종인 것 같지만 어떤 종류인지 아직 모르므로 절대 이리저리 검색해보지 말라고 했던 의사의, 간호사의, 남편의, 친구들의 그 말을 나는 놀랍게도 잘 지켰다. 그 많은 종류 중에 뭔지도 모르는데 괜히 이것 저것 들쑤셔서 쓸데 없는 걱정들을 생산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진단을 받았으니, 공부를 시작할 시간이다.
림프종은 쉽게 말하자면 면역 세포에 발생하는 암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면역 세포인 림프구가 통제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계속 생기는 병이다.
림프종은 어떤 종류의 림프구에서 생겼고 어떤 성질을 가지냐에 따라서 약 100가지 정도의 아형(세부 유형)으로 나뉜다. 크게는 호지킨/비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뉘는데, 호지킨 이라는 사람이 발견한 호지킨 림프종은 Reed-sternberg라는 비정상 세포가 있는 것이 특징으로 치료 성공률이 매우 높고 전체 림프종의 약 10%에 해당된다.
나머지 90%를 차지하는 비호지킨 림프종은 다시 세포의 종류와 성장 속도에 따라 세분화 된다. 그 중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백혈구의 한 종류인 B세포 에서 만들어지는 림프종인 B세포 림프종인데,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및 여포성 림프종 등이 이에 포함된다. B 세포 림프종 외에는 T 세포 림프종 및 NK 세포 림프종 등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는 검색도 못 하게 해 놓고 남편이며 친구들이며 다들 림프종 공부를 얼마나 했던지. 그런데 대부분 확률상 높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을 보았던 것 같다. 나의 진단명은 여포성 림프종이다. 림프절 안을 현미경으로 보면 동그란 공 모양의 구조들이 있는데 그게 ‘여포’ 란다. 이곳이 B세포들이 모여서 항체를 만드는 곳이고, 여기가 고장 나면 항체 대신 암세포를 자꾸만 생산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암 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그렇게 울고 무서워했는데, 알고 보니 림프종은 다른 고형암에 비해 그래도 약이 잘 듣고 예후가 좋은 암이었다. 물론 남의 암 보다 내 감기가 더 심한 법이라고, 예후가 좋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 여포성 림프종은 보통 통증도 없고 진행이 매우 느리지만 대신 완치가 힘들고 재발이 잦다. 자꾸 재발을 해서 이런 저런 치료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치료가 듣지 않는 ‘불응성’이 되기도 한다.
나는 워낙 큰 종괴가 배에 있다 보니 절제수술 같은 걸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림프종은 수술을 하지 않고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우리의 온 몸을 채우는 ‘혈액’의 암 이다 보니 덩어리 하나의 병이 아니고 전신의 병이다. 림프관이 온 몸에 연결되어 있으니 림프종 세포도 온 몸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경우가장 큰 종괴는 배에 있지만 얼굴, 목, 어깨, 가슴, 배 등등 말 그대로 온 몸의 림프가 다 부어(enlarged) 있었다. 혈액은 골수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근본인 골수까지 포함한 전신을 치료하는 약물치료가 기본이 될 수 밖에 없다.
아는 게 병이기도 하고 모르는 게 약이기도 하지만, 나는 내 병이 어떤 병이고 내가 쓸 약이 어떤 약인지를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불안해서 잠이 안 왔다. 구글도 검색해보고 챗GPT에게 아주 쉽게 설명해달라고 해서 기본 지식을 쌓은 다음 의학 저널을 검색해 최신 논문 동향을 찾아가며 이 질병에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참, 피곤하게도 산다. 이래서 암이 걸렸나? 나만 할 수 있는 농담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