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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말고 절로 들어갔습니다
06화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33살 직장인, 회사 말고 절로 들어갔습니다
by
신민정
Nov 11. 2019
# 천도재
오늘은 절에서 천도재가 있었다.
천도재라는 말만 들어보았지 지금껏 실제로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호기심 반 긴장 반 상태였다.
아침 일찍부터 많은 분들과 함께 부지런히 재를 준비했다. 천도재를 앞두고서는 엄숙한 기운이 법당 전체를 감돌았다.
천도재는 죽은 이의 영혼이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하며 치르는 의식이기에 다른 때보다도 진지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스님이 이끄는 바에 따라 천도재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경전을 독송했다.
영가의 업장을 소멸하고,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기원드리는 중요한 의식이라 그런지 경전을 독송하는 소리가 법당을 가득 메울 만큼 우렁차고 힘이 있었다. 나 역시도 마음을 담아 열심히 따라 했다.
진심이란 통한다고 했던가.
영가가 좋은 곳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과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고, 진심을 담은 소리가 법당 안에 울려 퍼지자 온 몸에 전율이 돋고 울컥 눈물이 솟아올랐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극락 천도를 위해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하고 재를 준비하는 이 마음은 무엇일까?
또 살아있을 때가 아닌 죽음 후에 맺어진 이 인연으로 영가를 위해 진심을 다해 기도드리는 이 마음을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
천도재가 끝나고 난 뒤에도 긴 여운이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내가 만나는 수많은 인연들에 대하여….
그리고
다짐해본다. 살아있는 동안 나와 인연 맺은 소중한 이들에게 지금, 여기, 이 곳에서 잘해야겠노라고.
#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절에 들어온 지도 보름이 지났다.
언제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밖에서 괴로움에 허덕이며 겨우겨우 하루를 살아내던 때엔 무정하리만큼 느리게 가던 시간들이 절에서는 속절없이 지나고 있다.
어느 보살님께서 말씀하셨다.
“절에 있으면 시간이 금방 흐를걸? 절에서의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니까.”
정말이다. 눈 깜짝할 사이라는 진부한 표현만큼 딱 들어맞는 표현도 없다.
어느 곳보다도 느리고 천천히 흐를 법한 이 공간에서 기도를 드리고 수행이란 정적인 행위를 반복할 뿐인데 오히려 정반대다. 시간은 빠른 속도로 걸음질 치고 있다.
그러한 체감 속에서 묵직한 생각 하나가 슬그머니 나를 찾아왔다.
‘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
나를 괴롭히던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의 평온을 찾는 것이 우선순위인 것은 맞아.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이렇게 시간을 보낸 후에…
시간이 지난 후 사회로 돌아갔을 때, 그때는 내가 잘 지낼 수 있을까?
나, 아직 자신이 없어…….’
많이 약해졌나 보다. 정말, 그 사이에 마음의 구멍이 많이 뚫렸었나 보다.
이렇게까지 사는 것에 대해 많이 겁먹고 나약해진 나 자신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살아왔다.
매일매일 감사해하고 행복해하던 그 마음이, 더할 나위 없는 멋진 하루를 살아보겠다고 호기롭게 큰소리치던 그 삶의 의지가 어디로 사라진 건지 모르겠다.
도대체 어디로….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정말 이렇게 지내다 보면 예전의 나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무서웠다. 불안감이 조용히 고개를 내밀었다.
이내 갈 곳 잃은 눈동자는 빠르게 무언가를 찾아 헤매다 끝내 한 곳에 정착했다.
바로… 경전이었다.
하얀 종이 위 검은 글자들에 눈동자를 고정시켰다.
그리고 또박또박 큰 소리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형체 없는 무서움이 나를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내가 다시 지금 여기에 머무를 수 있도록…….
‘아직은 손에 잡히지 않고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는 말들이지만 단순히 내 시간을 잡아먹는 행위는 아닐 거야. 여기서 나는 또다시 배우는 뭔가가 있을 거야.
이렇게 반복해서 읽고 듣다 보면 지혜의 말씀에 더 다가설 수 있을 거야.
건강하고 강인한 나의 마음을 찾을 수 있을 거야!’
# 행자님 마음열기
내가 머무는 절에 행자님 한 분이 계셨다.
뽀얀 피부에 작은 체구, 말없이 조용한 행자님은 세속(世俗)의 나이로는 초등생에 불과했다.
행자(行者)라 함은 절에 들어와 살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하는 이를 말한다.
아직도 아기 같은 외모에 마냥 보호받아 마땅해 보이는데 장차 스님이 될 분이라 하니 행자님을 대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렸을 때부터 절에서 생활하였기에 기본적인 예법이나 자세가 남달랐다.
그래서 다른 신도님들도 행자님을 스님 대하듯 섬기는 마음이 여실히 보였다.
나 또한 또래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조숙하고 점잖은 행자님을 향한 말이나 행동이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행자님은 워낙 말이 없어서 절에 오래 다닌 신도님들과도 합장 인사만 나누는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 나조차 그렇게 지낼 수는 없었다.
함께 절에 상주하고 공양을 같이 하는 식구인지라 하루빨리 행자님과 친해지고 싶었다.
허나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행자님께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도통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래서 며칠 동안 행자님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학교 가는 시간 외에 예불 시간에는 스님 옆에서 기도를 드리고, 다른 시간에는 짜인 시간표에 따라 수행과 학교 공부를 병행하였다.
절에서는 시공간을 지키는 것에 엄격한 편인데 행자님을 지켜보니 처음에는 마냥 신기할 뿐이었다.
먼저 좌식 책상을 편 후 책상 위에 작은 시계를 올려둔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시간을 확인한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그 시간에 맞는 수행 또는 공부를 한다.
그 시간만큼은 자리를 뜨지 않고 열중하다가 종료 시간이 되면 그때서야 움직인다.
10분 정도 쉬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그 사이 다음 할 것을 미리 준비한다.
그리고 곧 그 시간이 되면 바로 다음 할 일을 시작한다….
‘어머, 어쩜 저 나이에 어떻게 저렇게 할까.’
법당에 있으면 지금과 같은 일의 반복인데 어떻게 저렇게 절도를 지킬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내가 유심히 눈여겨본 건 행자님의 휴식시간이었다.
다른 아이들 같으면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휴대폰의 영상을 보며 달콤한 시간을 보내리라.
그런데 컴퓨터도, 휴대폰도 없는 행자님은 어떻게 휴식 시간을 보낼까?
싱거운 답일지 몰라도 그저 책장에서 책을 꺼내 읽는 것이 전부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역사와 지리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아하, 바로 저거구나!’
공양시간이 되었을 때 행자님 옆으로 슬쩍 다가가 말을 걸었다.
“행자님,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왜 바벨탑을 쌓았을까요?
이집트 사람들은 그 당시 기계가 없었는데 어떻게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내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행자님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재미있어요. 저는 트로이목마 전설을 알고 있어요. 제가 이야기해 드릴까요?”
늘 침묵 지키던 행자님의 입가에 해맑은 미소가 피어났다.
그것뿐만 아니라 신이 나서 이야기를 쏟아내던 모습은 절에 와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무척이나 반갑고 기쁜 순간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연다는 것은 그거면 충분했다.
상대방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그를 이해하는 것. 상대방의 관심에 공감해주는 것.
상대의 마음에 집중하자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의 관심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을 함께 나누었다.
그 순간 마음의 자물쇠가 딸칵하고 해제되었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에는 그의 직업이나 신분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어렵고 고귀한 수행자이기 이전에 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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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말고 절로 들어갔습니다
04
명백한 진실, 일체유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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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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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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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이토록 가벼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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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고 쓰는 사람 산.책.녀.(산과 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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