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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여름 Jul 25. 2023

반쪽짜리 인생

 사람들은 자꾸 남의 인생에 오지랖을 떨어서 기운을 빠지게 한다.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고 묻고 아이를 낳으려면 지금쯤은 결혼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늙어서 아기를 낳으면 고생한다며 꼭 한 마디씩 거들고 싶어 한다. '남이사?'

주변에서 출산의 경이로움과 기쁨에 대해 일장연설을 해도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데 조급증이 들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고 직장 상사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인생을 반절만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슬픔은 없을지라도 진정한 행복을 알지 못하는 것이라며 나를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녀는 말 한마디로 온전하던 내 인생을 두 동강 내버렸다. 갑자기 반쪽짜리 인생을 살게 된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좋은 아내나 며느리가 될 자신은 없어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다. 물론 말 그대로 근거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엄마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양육에 대하여 막연한 두려움은 없다.

그럼에도 출산에 대해 욕심내지 않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출산과 함께 찾아올 필수불가결한 고통이 지긋지긋하고(생리통도 이렇게나 아픈데!) 엄마로서 겪어야 할 희생을 감수할 만큼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서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 세계가 반쪽인 것은 아니다. 상사의 인생에 자신만의 기쁨이 있듯이 내 인생에도 그녀가 죽었다 깨나도 모를 나만의 기쁨이 있다. 우리 집 막내 마루가 내 무릎에 턱을 괴고 눈을 가불거릴 때의 행복이나 그림을 그릴 때 느끼는 창작의 기쁨과 몰입의 즐거움 같은 것 말이다. 그녀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내 세계가 완전하다는 데 한 치의 의심도 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두 발로 서서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꾸려가고 있었다.


 출산을 하지 않는다고 내 삶을 반쪽짜리로 취급해 버리는 그녀의 말은 단언컨대, 무례했다. 완벽하진 않아도 내 인생은 반쪽짜리가 아닌 오롯한 세상이다. 각자의 인생은 자신만 살아봤으니 다른 사람이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개인의 상황과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 책임을 대신 져 줄 것이 아니라면 피차 마음만 상하는 소리는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은가? 물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참견은 조언이 아니라 잔소리일 뿐이다. 그러니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당신, 나에게 사과라도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용서는 내 마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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