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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달 Oct 13. 2021

마흔을 맞이하는 한 엄마의 자세

계속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

나이 앞자리가 3인 나날이 3개월도 남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히 대학생 같은데(이런 글귀를 쓴다는 것부터가 이미 연식을 증명하는 것;), 몸은 “너 이제 4학년이야”(아, 이런 표현을 내가 쓸 줄이야) 하며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40이라는 나이 앞에서, 누군가의 엄마로, 한 여자로 계속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라는 자문을 해본다. 동시에, 삶을 다정하지만, 단정하게 매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유명한 경제학자인 오마에 겐이치는 ‘난문쾌답’이라는 책에서, 인간을 바꾸는 3가지 방법을 이야기 했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이전과는 조금은 다르게 살기 위해, 이 3가지 방법을 엄마의 삶에 대입해본다.      

출처 : 픽사베이


1. 시간을 달리 쓰는 것

: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스위치를 껐다 켜야 한다. 엄마 모드를 켰다가, 다시 자신으로 돌아가는 모드로 전환하기를 여러 차례. 엄마의 일상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에, 그 자투리 시간 안에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의 일상에 꼭 필요한 것들에 대해 우선순위를 매기고 일상에 루틴을 만드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나의 경우 40을 앞두고 최우선 순위는 ‘건강‘과 다이어트이다.(실상은 식이요법을 독하게 못해서 건강한 돼지가 되어가고 있지만;) 이를 위해, 아이를 등원시키고 나서 바로 걷기 운동을 한다. 집에 가면 쇼파에 누워 핸드폰을 들여다볼 나 자신을 알기에, 나온 김에 무조건 움직인다. 후 순위는, 글쓰기와 독서 시간이다. 이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새벽에 조금 일찍 일어난다. 누구도 챙겨줄 필요 없이 온전히 나만의 내면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하루를 시작하면 가족원들을 품어줄 마음의 공간이 생겨난다. 이렇게 루틴을 만들면 갑작스러운 다른 일정에 덜 휘둘린다. ’시간이 왜이렇게 없지‘라는 조바심에 덜 쫓기게 되므로, 꼭 필요한 일들을 해내면서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다.      


2. 사는 곳을 바꾸는 것

현실적으로 사는 장소 자체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비우고 정리하는 것은 내 의지로 가능하다. 몇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 달라졌다. 취미도, 취향도, 체형도, 생각도 달라졌는데 내가 살고 있는 공간과 물건은 그때 그대로라면, 지금의 나는 몇 년 전의 내가 산 물건, 배치한 가구에 이끌려 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필요 없는 물건들은 과감하게 비우고, 정리하자. 예전에는 집에서 베이킹을 하면서 관련 도구들을 사들였지만, 지금은 빵은 사먹고 있다면 그 물건들은 중고로 처분하거나 필요한 사람에게 주자.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적이다. 내 에너지와 시간을 쓰지 않는 물건을 닦고, 쓸고, 정리하고, 찾느라 허비하지 말자.      


3.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코로나를 겪으며, 인간 관계가 미니멀해졌다. 엄마라는 사람의 인간관계는 더욱이 그렇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아니면 만나지 않게 된다. 동시에 나이가 들수록, 만날 때마다 어그러짐이 느껴지는 인연을 붙잡지 않게 된다. 누군가는 지나치게 돈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는 지나치게 아이 자랑을 하며, 누군가는 지나치게 자기 이야기만 한다. 결국엔 인생에서 꼭 남기고 싶은 사람들만 남기는 과정인 듯 싶기도 하다.

반면, 코로나 덕분에 비대면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도 많아졌다. 나의 경우, 온라인으로 글쓰기/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데 글이나 책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매개로 생각보다 깊은 이야기를 하게 돼서 스스로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특히, 글쓰기를 하다보면 나의 일상과 관계를 꺼내 보일 수 밖에 없기에, 한번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과 글을 통해 깊은 교감을 나누곤 한다. 이렇게 공통 관심사를 통해, 함께 성장하고 소통하며 새로운 자신을 만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과 맡아온 역할들을 빼고 나면, 나는 대체 누구인가?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게 마흔이 되었다
-제임스 홀리스-


마흔을 앞두고도 여전히 나를 찾고 있다.

꼭 필요한 일만 남기고, 필요한 물건만 남기되, 좋아하는 사람들로 삶을 가득 채우는 것.

그렇게 에센스만 남기다보면 어느새 나라는 사람의 에센스도 찾을수 있읕까.


이런 자세를 장착한다 한들,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1 사분면에 있는 점이 4 사분면으로 가는, 지축이 흔들리는 변화가 있진 않을 것이다.

A라는 사람이 갑자기 Z가 될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점을 찍어가다 보면 어느새 음의 방향을 가리키던 선이 양의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라는 “불혹(不惑)”을 맞이하며, 여전히 여기 저기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가 팔락거리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은 잃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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