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빛달 Sep 14. 2021

아이 등원시키고 집안일 하지 마세요

제목이 다소 과격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제목 그대로다.

아이를 기관에 보내고 집안일 하지 말자.     

© lazybonesaustralia, 출처 Unsplash

나 역시 아이들을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낸 후

집안일에 몰두했었다.

쓸고 닦고, 설거지, 빨래 등을 하다 보면 한 시간은 후딱 넘어간다.

그렇게 어영부영하다보면, 어느 새 아이들이 돌아온다.

아이들은 돌아오자마자 물건을 널브러뜨리고, 집안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기 시작한다. 동시에, 엄마는 예민해지기 시작한다.

내가 다 치웠는데, 너희가 오자마자 엉망이 됐잖아! 빨리 치워!

집안일은 매일 해도, 티가 안날 뿐더러 보상 없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이기에 누구나 하기 싫은 것이 당연하다. 집안일이 취미인 사람을 제외하고선 말이다.

그렇게 재미없는 일을 억지로 해치웠는데 집안이 또 엉망이 되니 아이를 들들 볶는다.   

  



이제 패턴을 바꿔보자.

아이가 기관에 간 이후의 시간은 오롯이 자신의 시간이어야 한다.

그림그리기, 운동하기, 글쓰기, 친구만나기, 베이킹하기, 꽃꽂이하기 등

어떤 활동이든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시간으로 활용하자.

대신 자신과 데이트를 하며 받은 에너지는 아이가 돌아왔을 때 아이에게 집중하는 데 쓰자.      


즉, 주부들에게

아이를 기관에 보내고 난 이후의 시간은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아닌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어야 하는 것이다.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집안일을 아예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나 역시 집안일을 한다.

일단, 집안일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을 정한다.

그리고 최대한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 식기세척기, 청소기, 건조기, 로봇청소기 등을 동원한다.

마지막으로 집안일을 “혼자”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떠맡으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안일로 피곤해지고, 뾰족해져서 가족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보다는 마음이 편한 것이 훨씬 낫다. 아이가 돌아왔을 때, 짬짬이 움직여도 되고, 아이와 함께 해도 된다.   


실제로 아이와 함께 집안일을 하는 것은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하교, 하원한 아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깔끔한 집만 마주할 경우, 엄마가 그런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동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아이는 그저 엄마가 집안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뿐이다. 고마움도 갖지 못한다. 왜냐하면, 아이는 실제로 그 일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도 노동의 가치를 알게 해줄 기회를 주어야 한다.      


첫째가 어릴 때, 한국 남자와 결혼해 아이들을 키우는 러시아 엄마와 친분을 가진 적이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키즈카페에 갔을 때였다. 아이들이 장난감 박스에서 장난감을 다 꺼내놓고 놀고 있다가, 시들해졌는지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던 참이었다. 그 엄마는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정리하고 가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신나서 흥분한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가 먹힐 리가 없었다. 당장 다른 방으로 가려고 하는데, 그 엄마는 차분하게 아이들을 앉히고

다 정리할 수 없으면, 몇 개를 정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이야기해줘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는 3개만 정리할 수 있다고 했고, 엄마는 허락해주었다. 아이가 3개라도 정리하는 것과, 엄마가 당연하게 모든 뒷정리를 감당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 엄마가 참 현명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우리 아이들에게도 본인들이 너저분하게 만든 것의 일부라도 정리하게 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 중이다.      


이렇듯, 처음부터 아이와 집안일을 모두 함께 하는 것이 어렵다면 일부라도 아이의 몫을 떼놓자.

집안일, 특히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 책 정리 등은 아이가 충분히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그것이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win-win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자란 아이가 회사에 취직한다고 하자. 아직도 막내들은 복사하기, 정수기 관리하기 등등 허드렛일을 하며 일을 배우는 기업문화가 존재한다. 집에서 손에 물 한번 묻히지 않고 큰 사람은, “내가 왜 이 일을 해야하지?”라는 생각부터 들지만, 가정에서부터 내 몫의 정리, 청소 등을 하며 자란 아이는 사회에 나가서도 제 몫을 할 것이다. 집안일을 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은 결국, 육아의 궁극적 목적은 아이를 독립시키는 것이라는 오은영 박사님의 말과도 부합한다.     


일상에서 먼지를 크게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면 그건 여러분의 뒤에서 누군가 끊임없이 먼지 닦는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 中  -


이 책의 구절처럼,

누군가 먼지를 털고, 치우고, 닦는 것이 당연하고, 그 누군가가 엄마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게끔. 엄마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대신,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통해 받은 에너지가 가족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하자. 그 에너지를 자신의 성장으로 쓴다면 더 좋다.


#이글을 #친정엄마포함 #어르신들이싫어합니다 #집안일 #주부 #가사노동 #경단녀 #엄마


이전 02화 매일 걸었더니 일어난 변화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