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나를 위한 선물을 발견하는 삶은 어떨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일상 속에 나를 위한 선물을 숨겨놓는다. 그것은 바로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짧은 짜투리 시간이라도 상관없다. 대신, 다른 이에게 방해받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어야 한다.
유난한(주관적일지 모르나) 둘째를 키우며, 우울증 클리닉을 알아보기만 여러 번. 그 문턱에서 매번 나를 주저앉힌 것은, ”내가 왜 이런 데를 가야 돼? 스스로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어!“ 라는 삐뚤어진 자존심과 ”누가 나를 알아보면 어쩌지?“라는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엄마의 우울함을 아이는 귀신같이 알아챘고, 내침 당하지 않으려는 듯 아이는 더 생떼를 쓰며 나를 우울의 나락으로 빠트렸다.
엄마들이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인 ”육퇴“를 하고나면, 해방감에 뛸 듯이 기뻤어야 했지만 당시의 나는 너무나 무기력했다. 누워서 핸드폰이나 TV만 몇 시간 보다가 지쳐 잠들기 일쑤였다. 다른 무언가를 하기에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무 지쳐있었다. 스스로도 ”그래 이런 시간이 필요하지” 라고 합리화를 하며 지낸 시간이 2년쯤 됐을까. 어느 날, “더 이상 이렇게 살기 싫다.“ 는 생각이 나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리고, 학창시절 시험기간에나 하던 새벽 기상을 시작했다.
아침 시간은 고요했고 평화로웠다. 누구도 ”엄마~“ 하고 부르지 않았다. 그야말로 나 자신만 챙기면 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했고, 명상을 했다. 그간 꾹꾹 눌렀던 염증이 곪아터진 것처럼, 갑자기 ”나“에 대한 갈증에 목이 말라 시들어가는 나에게 아침 기상 시간은 그야말로 단비 같았다.
사실 4시, 5시대에 일어나는 분들에 비하면 나의 아침기상은 아주 소박하다. 매번 6시~6시 30분 정도이고, 그마저도 요즘엔 이불과 한 몸이 되어있느라 실패하기 일쑤이다. 하지만 그런 짧은 시간도 나에게는 숨 쉴 틈이었고, 일상 속 작은 선물이었다.
매일 아침 나를 위한 선물 같은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그 전날 저녁이 중요하다. 어떤 아침을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은 저녁에 이미 결정된다. 저녁에 다음 날 아침에 받을 선물을 미리 포장해 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숙면하기 위한 자신만의 저녁 루틴(샤워하고 미디어를 멀리하며 리듬에 맞는 시간에 잠드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기가 처음 태어나 지구별에 적응하지 못할 때, 씻기고, 로션 바르며 마사지하고, 자장가를 들려주며 ”지금은 밤이야 아가. 자는 시간이란다“ 라고 루틴을 체득하게 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자신만을 위한 선물을 고이 포장해놓았다면
아침엔 그 포장지를 예쁘게 벗기고 그 안에 놓인 선물을 마음껏 즐기면 된다. 독서, 운동, 산책, 명상 등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해보자.
요즘 읽고 있는 책, ”수도자처럼 생각하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매일 아침, 다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보라.
-감사 : 어떤 사람, 장소, 물건에 대해 매일 감사를 표현하라. 생각하고, 글로 쓰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도 포함된다.
-통찰 : 신문이나 책을 읽거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통찰을 얻어라
-명상 : 호흡법을 사용하거나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소리를 들으며 15분동안 혼자 시간을 보내라
-운동 : 승려인 우리는 요가를 했지만 여러분은 기본적인 스트레칭이나 다른 운동을 하면 된다.
감사Thankfulness, 통찰Insight, 명상Meditation, 운동Exercise.
앞글자를 따면 시간TIME이 된다. 아침에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그 선물을 받는 시간, 공간을 루틴으로 만들자. 내가 가장 편안한 시간과 공간을 정해서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지자. 아기가 어느 순간 낮밤을 구분하여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듯,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아래는 같은 책에서 발췌한 문구이다.
장소에는 에너지가 있고, 시간에는 기억이 있다.
어떤 일을 매일 같은 시간에 하면, 그 일이 더 쉽고 자연스러워진다.
어떤 일을 매일 같은 장소에서 하면, 그 일이 더 쉽고 자연스러워진다.
진부하지만, 현재Present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선물Present이다. 그 선물을 받아갈지 묵혀놓을지는 자신에게 달린 것이다. 그 선물은 스스로만 준비하고 풀어헤칠 수 있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