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친구들. 그러니까 알고지낸지 20년 가까이 된 친구들은 예전의 나를 이렇게 기억한다.
"제일 먼저 배고파 하고, 제일 먼저 졸려하는 애"
그러니까. 나는 대학생때부터도 저질체력이었던 것이다.
친구들과 놀다보면 매번, 아.. 배고파 아..졸려 하암.. 하며 먼저 자는 애, 그게 나였다.
그런 내가 일과 육아를 거쳐 시간이 없고, 힘들다는 핑계로 더더욱 운동을 멀리하게 된다.
그리고 40대 초반. 누군가 내 몸에 대한 성적표를 매긴다면 아주 처참하기 그지 없는 점수를 받을 것이다. 근육은 없고 살은 물렁물렁. 누가 봐도 운동을 멀리하고 관리하지 않은 사람의 몸일테니 말이다.
사실 헬스장을 등록하며 스스로 세운 목표는 거창하지 않았다. 몸무게 5킬로 감량, 근육량 2킬로 증량 이런 눈에 보이는 목표가 아니었다. 내가 세운 목표는 "가족들에게 많이 웃는 사람되기"였다. 아이들이 하교하고 집에 와서도, 남편이 회사 퇴근한 시간에도 쌩쌩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마음 어디엔가 분명히 자리하고 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현실은 온갖 하찮은 일들을 헤치우고 나면 쇼파에 늘어져 있거나 축 쳐진 얼굴로 가족들을 대하기 마련이라, 더 늦기 전에 생기와 사랑이 가득한 엄마의 모습이 되고 싶었다. 경험상, 그런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내 몸의 여유가 있어야 했다. 몸이 지치고 짜증나는데 어디서 애정이 샘솟겠는가.
아이들은 정보보다 정서를 먹고 자란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머릿속에 많은 지식을 넣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것은 본인이 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엄마 하면 기억하는 정서가 더 이상 '지침, 뾰족뾰족함, 날카로움'이 아닌 '따뜻함'이길 바래서 시작한 운동이었다.
육아빠로 유명한 정우열 정신의학과 전문의의
멘탈 관리는 멘탈로 하는 게 아니다. 멘탈 관리는 피지컬로 하는 것이다.
라는 말이 마음에 콕 박혀서, 헬스장에 등록했다.
그런데 초반부터 몸은 안따라주는데 마음은 급하다보니 무리하게 GX 운동을 하게 되었고, 운동 후 얻은 것은 파스와 근육통. 그리고 약간의 몸살 기운 이었다. 아이들과 남편을 웃으며 맞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는데 오히려 찡그리며 맞게 되니, 이건 아닌데 싶었다. 이건 마치... 집밥을 열심히 해먹기 위해 마트에 가서 여러 식재료들을 가열차게 사왔는데 기운을 다 빼서 배달을 시켜먹는 상황이라고 할까 (저만 이러는게 아니라고 대답해주세요 제발ㅎㅎ)
그리하여, 작전을 변경했다.
우선 혼자 유산소, 근육운동을 하면서 몸을 더 만든다음에 다시 GX에 도전하는 것으로!
그래서 러닝머신으로 걷기, 달리기를 반복하며 인터벌을 한 후 기구로 하체, 상체 등 근육운동을 하기로 했다. 평일엔 아무생각없이 헬스장으로 가서 계획한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주는 2회, 어떤 주는 3회, 4회... 그렇게 횟수를 늘리면 어느 순간부터 내 체력도 조금씩 조금씩 계단처럼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혼자 하는 운동은 재미가 참으로 없었지만, 운동하는 시간들이 차곡 차곡 쌓이면 무엇인가 달라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꾹 참고 운동을 지속한 어느날. 드디어 무언가를 얻었다.
다름아닌... 늘어난 몸무게 1킬로. (두둥)
이 운동...정말 괜찮은걸까?
아무리 몸무게 감량이 목표가 아니었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건강한 돼지가 된 저질체력의 헬스장 적응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