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대방 고라니 Aug 11. 2021

이어폰을 빼지 않으면 무례한 걸까?

#무선이어폰#에어팟#노동요

뭐해그냥ㅋㅋㅋㅋ. “너네는 요즘 문자를 이렇게 한다며?” 중학생 때 담임 선생님이 한 말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문자를 주고받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자신은 친구에게 최대한 말하는 바를 꽉꽉 눌러 담아 보낸다고 했다. 어딜 가나 빅뱅의 ‘거짓말’이 흘러나오던 그땐 문자 한 통마다 값이 있었다. 선생님은 실용적이지 않은 메시지를 낭비라고 여길만했고, 동시에 학생들은 실없는 문자를 보내며 친해지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이었다.


문자 얘기를 꺼낸 것은 문득 그 장면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일상에서 그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 떠올랐다. 그 느낌은 통념이 변해가는 과정을 인지한 순간?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마치 강과 바다가 만나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가 물의 색이 달라 층의 경계를 이루는 그곳을 직접 본 느낌이다. 최근 일상에서 그것을 느낀 지점은 무선 이어폰에서다.


요즘은 편의점에서 한쪽 이어폰을 끼고 일하는 알바를 흔히 볼 수 있다. 내가 가는 올리브영 카운터에는 계산할 때 이어폰을 빼달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문구를 본 기억은 없다. 이런 문구를 보면 상식의 기준선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물건을 살 때 귀에 있는 이어폰을 빼는 것은 이제 당연하지 않다. 무선 이어폰이 발달하지 않았고,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나 당연했던 상식이다.


나도 평소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만큼이나 이어폰을 귀에서 빼지 않는다. 출퇴근길에는 유튜브를 보고 회사에선 노동요를 듣는다. 물건을 사거나 간단한 용무 중에도 이어폰을 빼지 않을 때가 많다. 굳이 뺄 필요가 없어서다. 간단한 터치로 기능을 멈출 수 있어서 빼지 않아도 상대방 말을 잘 들을 수 있다. 빼는 것이 오히려 더 번거롭고 시간 걸린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말로 뺄 상황이 아니면 그냥 끼고 생활한다. 대부분 사람도 방금 언급한 정도의 상식으로 무선 이어폰을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생활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럽다. 갑자기 사람들이 혼잣말하거나 영상을 보며 걷는 모습은 이제 어색한 풍경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짝지어진 무선 이어폰은 음향기기의 범주를 넘어선 듯하다. 아니 음향기기는 맞지만 스마트폰 세계의 소리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쓰임새가 확장됐다. 쓰임새가 확장되고 기술도 발달함에 따라 그 매너도 달라졌다. 지금도 조금씩 달라지는 중이다.


이어폰을 빼지 않는 것. 예전엔 무례하다고 여겼던 행동이 지금은 자연스러운 생활양식이 되었다. 실질적인 편의가 기존의 상식을 뒤엎은 이 변화가 재밌기도 하다. 어떤 이에겐 이 변화가 당연할 수도, 어떤 이에겐 불편할 수도 있다. 최근 이어폰은 더 작아지고 노이즈 캔슬링은 기본이며 터치 방식도 더 다양해졌다고 한다. 기술의 발달과 편의를 추구하는 현재 문화가 또 어떤 기존 상식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갈까 사뭇 궁금해진다.

이전 01화 카페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