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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대방 고라니 Sep 15. 2021

카페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단골과 지인 그사이

 출근할 때면 어김없이 들르는 카페가 있다. 길 맞은편 보이는 가로수길이 이쁜 이곳은 오래된 간판에 LP판이 벽 한쪽에 가득 차 있고 주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빈티지한 분위기의 카페다. 오래돼 보이는 나무 테이블과 벽에 붙은 수많은 메모지로 보아 꽤 오래된 집인 것 같다. 우연히 발견한 이곳에서 나는 아침마다 커피를 사 먹는다. 수동 커피 머신 레버를 내려 샷을 뽑는, 커피에 진심인듯한 사장님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외근이 있지 않은 이상 5번 중 4번은 그 카페를 간다. 그러다 보니 사장님도 어느 순간 나를 아는 체 한다. 커피를 사러 가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드릴까요 라고 먼저 물으신다. 아마 사장님 혼자 운영하는 곳이라 아침마다 커피를 주문하는 내가 금방 눈에 익었나 보다. 그 카페 가는 것이 아침 루틴이 된 지 2개월 정도 되었을까 어느 날 사장님이 서비스를 주셨다. 서비스로 준 쿠키는 코코넛 향이 부드럽게 느껴지고 먹을 때 바삭함이 잘 느껴지는 맛이었다.



이후 사장님은 조그만 서비스를 계속 챙겨주셨다. 지난번 먹은 것과는 다른 모양의 쿠키, 또 다음 날에는 조그만 초콜릿이었다. 처음 서비스를 받을 때는 기분이 좋았지만 이후엔 뭔가 애매한 부담감이 느껴졌다. 커피만 주셔도 된다고 말하기엔 서로 무안한 상황이 펼쳐질까 싶어 쉽사리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내가 지불한 대가보다 더 많은 것을 받는다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단골손님보단 손님이 되고 싶었다



한 번은 그 애매한 부담감 때문에 카페를 지나쳤다. 조그만 부담이 쌓여 생긴 불편함이 모닝커피의 즐거움을 앞지른 순간이었다. 물론 카페인이 없는 오전을 보내고 난 뒤 모닝커피를 사지 않은 어리석은 행동을 후회했다. 이후 불편함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지만 카페를 옮길 순 없었다. 커피가 맛있고 사무실 가는 길에 카페가 있어 출근 동선을 벗어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장님이 이제껏 챙겨주신 성의를 뿌리칠 수 없었다.



내성적인 성격을 감수하고 애매한 부담감을 받아 넘기기로 했다. 물론 이후에도 서비스는 계속 주셨다. 대신 서비스를 받으면 그에 대한 감사 표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적어도 사장님이 주신 마음 담긴 서비스를 당연하게 여기진 않는다는 인식과 그에 대한 감사를 느낀다는 나름의 표현이다. 그래도 느껴지는 조그맣고 기분 나쁘지 않은 불편함은 있다. 친한 관계라면 서비스를 감사히 받을  있다. 그러나 커피 주문 말고 딱히 얘기해본  없는 사장님과 손님인 관계다. 내향형 인간인 나는 앞으로도 서비스를 부담 없이 받을 만큼 사장님과 친해지진 않을  같다.



얼마  비슷한 느낌을 받은 유머 글을   있다. 국밥 집에 자주 오는 젊은 남자 단골손님에게 말을 걸고 서비스를 줬더니 그다음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글쓴이는 정말 궁금해서 묻는 어투였고, 댓글은  남자 단골집 하나 잃었네 라는 반응이었다. 물론 젊은 남자뿐 아니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있는 상황이다. 내향적인 사람에게 의지와 상관없이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 생각보다 많이 신경 쓰인다.



그 글까지 읽고 나자 예전 아르바이트했던 카페를 이용하지 않는 내 모습이 생각났다. 일부러 인사를 하러 가지 않는 이상 그 카페는 항상 돌아서 지나갔다. 눈에 괜히 띌까 싶어 일부러 돌아가는 그 모습이 유난일 수 있다. 하지만 난 그게 편했다. 카페를 가면 수많은 손님 중 하나로 봐주면 좋겠다. 낯섦에서 오는 자유로움이 편안하다. 익명성이 주는 그 편안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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