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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트루 Aug 29. 2020

엄마의 토요일 외출예고

 아빠는 시댁으로 피난을 갔다.


나 :  "여보, 나 이번 주 토요일에 브라이덜 샤워 초대받았어. 다녀와도 되지?"


신랑: "샤워야 언제든... 뭐. 무슨 샤워라고? "


나: " 결혼 전에 여자 친구들끼리 모여서 축하해주는 거 있어. 나도 했었잖아 "


신랑: " 아아... 그래?? 어 그래 그럼 다녀와"

그럼 나는 어머니한테 가봐야 겠다.


나는 토요일에 외출하는 엄마.


내 스케줄을 이야기 하자마자 신랑의 눈이 재빠르게 돌아가는 걸 포착했다. 그러더니 결론은 바로 어머님 댁에 가겠다는 것. 그것도 1박 2일로다가


그렇게 내게 선언했을 때 그의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시크한 표정을 짓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오예~ 속마음으로는 이게 얼마만의 자유부인이냐며  쾌재를 부르고 있었지만 그런 내 얄팍한 내 마음을 들키리라도 할까 봐 굳게 앙 다문 내 두 입술이라니.


내가 집을 비울 시간 동안 조이를 보기만 해 줘도 참 고마운데, 1박 2일을 자청하다니.


그런데 이게 왠걸. 고마움도 잠시 내 안에 천사와 악마가 공존했다.


"악마 왈:  

그래~ 너도 이  독박 육아의 세계의 불 맛을 제대로 경험해 봐라"


"천사 왈:  

1박 2일은 정말 힘들지. 먹이고 입히고 놀아주고 재우고, 그것도 모자라 운전까지?


그러나 상황이 어떠하든 신랑 옆에는 연년생 3남매를 너무나도 훌륭하게 키워내신 우리 어머님이 붙어있을 예정이다. 게임오버. 무엇보다 어머님 요리 솜씨는 대장금 저리 가라 산해진미를 아주 맛깔나게 뚝딱 차려내시는 분이셔서 조이 먹거리는 걱정이 없다.


한주가 빠르게 흘러갔고 토요일이 되었다.

 

아침 먹고 가겠다, 애기 낮잠 재우고 가겠다. 오후에 출발하겠다는 등 스케줄의 간을 보던 신랑은 토요일이라 차가 밀린다며 아침부터 바로 출발하겠단다. 조이 짐 챙기기는 당연히 내 담당. 빠른 손길로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 넣고 그 와중에도 아침 먹이기 신공까지 펼치면서.


랑의 어머님께 가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그런지 나갈 준비가 일찍 끝이 났고 조이는 아빠가 마스크   보더니 나가자며 신발을 들고 온다. 얌전하게 신발을 신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현관문을 지나 뛰어 나간다.



  15개월에 접어들고 459일을 살아가는 귀여운  새끼 조이,  어미와 떨어져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지도 모르고 아주 해맑게 빠빠이를 외치며  멀리로 날아간다. 조이의 뒷모습이  시선 속에서 아스라이 저물어  때쯤 생각지도 못한  감정 반응에 놀라고 말았다.


눈물이 또르르.


 인생에 가장   사람이 다정한 모습으로  품에서  빠져나가는 것만 같은 허전함이  밀듯 밀려왔다.


혼자만의 시간이 시작되면 좋기만   알았는데  생경한 감정은 무엇이란 말인가.


괜스레 섭섭 ,하룻밤? 씩이나 떨어질  있을까 보고 싶으면 어쩌나. 생각지도 못한 별별 생각들이 머릿속을 차지해 버렸다.


그렇게 짧은 인사를 끝내고 뒤를 돌아서는데 


개어야 할 무수한 빨래 더미들, 먹다 만 아침 상 , 조이가 아침에 빼놓은 책과 장난감들 그 옆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 들을 발견하자마자 그 달콤한 감성이 어느새 훅 삼켜지고 현실이 눈앞에 두둥~


온전히 주어진 24시간의 자유시간

언제 다시 또 올지 모르는 그 골든타임 황금티켓을 현명하게 쓰자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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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의 이전글 부모가 되며 내 인생은 참 단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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