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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야 Nov 08. 2019

유아기에 사교육비가 집중되는 이유

제1장 나는 그저 네가 밝고 행복하길 바랄 뿐이었는데..

왜 어린 아이한테 수많은 돈을 들여가며 각종 사교육을 시킬까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 아이를 교육시키는데 월 평균 200~500만원의 사교육비가 들어간다고 들었다. 아주 극한의 사례겠지만 어떤 이는 월 1000만원을 쓴다는 이해하기 힘든 얘기도 한다. 아직 7살, 8살인 아이한테 그렇게나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영어 하나에 3~4개씩의 사교육을 하거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모든 과목을 1대 1로 수업한다고 한다. 고3 수험생도 이 정도의 사교육비를 쓰진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직은 유아기,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왜 이렇게 많은 사교육비를 쓰는 것일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유아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는 아직까지는 엄마 말을 잘 들을 때다. `학원 갔다 온 후에 젤리 먹자`란 얘기가 통하는 나이다. 또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지, 못 하는지 증명되지 않았다. 엄마 입장에선 사교육비를 들여 다른 아이보다 앞서서 공부를 시켜놓으면 아이가 공부를 잘 할 것이란 희망이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의 조합이 어린 아이에게 엄청난 액수의 사교육비를 쏟게 되는 이유다. 아이가 좀 더 커서 엄마 말을 잘 안 듣거나 아이가 공부에 영 소질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엄마도 굳이 그 아이의 교육을 위해 엄청난 돈을 쓸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유아기,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사교육비만큼 불확실성이 큰 투자는 없다.


사교육 시장도 엄마의 불안감을 부추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을 아이의 미래까지 단정해 엄마의 불안감을 자극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넘어가기 십상이다. 나는 지인의 소개로 유명한 학습지에서 아이의 학습이나 정서 상태를 검사해준다고 해서 갔다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계약서에 사인한 적이 있다. 난 그 학습지 회사의 문을 열기 전까지 “무조건 계약은 안 한다”라고 결심하고 갔으나 속절없이 무너졌다. 아이의 특정 부분이 뒤쳐졌다며 그 부분을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등 이성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아이를 볼모로 엄마의 감성을 자극하고 엄마의 죄책감을 들춰낸다. 그러다보니 잠시 잠깐 이성을 상실했다. 계약서의 사인은 분명히 이성적인 행동인데 학습지 영업사원이 나를 자극하는 것은 지극히 감성적인 부분이었다. 계약서에 사인할 때 `이것은 좀 아닌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감정까지 드러내 보인 처음 보는 영업사원이 왠지 가깝게 느껴졌고 계약을 안 하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또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을 나한테 쏟아준 그에게 나는 자그마한 보상이라도 하는 심정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학습지 회사의 문을 나서면서 차차 이성을 차린 나는 그 다음날 즉시 전화해서 계약을 취소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말도 안 되는 것에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그 불쾌감이 오래갔다. 학습지를 팔기 위해 우리 아이의 미래에 대해 함부로 단정하고 나의 죄책감까지 자극했어야 했을까. 사교육은 필요하다면 나와 아이가 찾아 나서야지, 영업에 넘어가는 것은 아이만 괴롭히고 돈만 낭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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