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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야 Nov 08. 2019

부모 등골 휘게 하는 영어 학원비

제2장 `하루 공부의 힘`을 믿는다 <영어>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아기 때 부모의 등골을 유독 휘게 하는 사교육비는 영어와 관련된 것들이다. 실제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스케줄은 영어 학원을 가느냐, 아니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매일 가는 영어학원은 하루에 한 시간 반에서 세 시간 가량 공부하는 게 보통이다. 집에서 영어 학원까지 오고가는 거리 등을 생각하면 학교가 끝나고 저녁을 먹을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영어학원에서 보내게 되는 셈이다. 놀이 방식으로 영어를 교육시키는 곳이 있는가 하면 말 그대로 책상에 앉아 영어 수업을 받아야 하는 곳도 있다. 어린 아이가 대학원 수준의 수업 시간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어학원에 보내게 되면 다른 학원들은 꿈도 꾸기 어렵다. 미술, 피아노 등 예체능까지 병행하면 하루가 그냥 지나가게 된다. 매일 가는 영어학원이지만 거의 매번 숙제가 있는 것이 보통이다. 초등학교 1, 2학년은 공식적으로 영어를 정규 과목으로 배우지 않지만 영어 학원을 선택하게 되면 학교가 끝난 이후 잠을 잘 때까지 모조리 영어를 하는 데 쏟아야 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고생이고 부모도 만만치 않은 영어 학원비를 대느라 등골이 휜다.  


유아기, 초등학교 저학년에 영어 사교육비가 집중되는 이유는 비교적 정규 수업이 일찍 끝나는 데다 영어를 빨리 끝내 놓고 진짜 공부가 필요한 시기에 암기 과목 위주로 대비해야 한다는 부모의 전략 때문이다. 나는 사실 어떤 과목이든 먼저 끝내놓는다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을 갖고 있다. 시험이란 것은 누가 더 많이 알고 있느냐보단 누가 더 문제 유형에 익숙한가의 게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어는 미리 끝내놔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그것도 아니라면 옆집 아이가 배우기 때문에 뒤쳐질까 두려워 `달려 달려`라는 식으로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일단 달리고 보는 경우도 흔하다. 영어에 대한 부모의 불안감이 상당하다. C씨는 영어권 국가로 5살, 7살 아이들을 데리고 단기 유학을 갔는데 한국에서처럼 집으로 원어민 교사를 들였다. 한국에선 사교육 시장이 크기 때문에 쉽게 학원에 보내면 됐는데 막상 영어권 국가에선 사교육을 하기가 어려웠다. 사교육을 안 하자니 불안한 거다. 이 나이 때 영어권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보다 영어 문장은커녕 알파벳도 읽을 줄 몰랐다. 그냥 흙 파고 노는데 하루를 쓸 뿐이다. 그러니 영어의 조기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유학이 영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원어민 교사를 쓰면 되는데 `뭐 하러 외롭게 타국에 와 있나`라는 생각이 다시 짐을 쌌다고 한다. 


영어권 국가의 아이들은 알파벳이나 영어를 읽을 줄조차 모르는데 같은 또래의 우리나라 아이들은 한글을 넘어 영어를 술술 읽는 데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쏟고 있다. 이런 얘기에 일부 사람들은 “영어권 국가가 아닌 것을 원망해. 그 아이들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모국어니까 영어를 말하게 되지만 넌 아니니 미리부터 해야 돼”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영어는 어디까지나 수단이다. 예컨대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슈퍼모델이나 축구, 야구 선수 등이 어렸을 때 영어 사교육을 받아서 영어를 막힘없이 하게 됐을까. 자기가 원하는 꿈을 위해 필요하니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게 되고 잘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가 잘하고 원하는 분야를 확장하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할 `영어`에 어린 아이들이 온 시간을 쏟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이들이 언제부터 영어 공부를 하게 될까. 사실 뱃속에서부터라도 과언이 아니다. 태교로 언어 공부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아이가 다녔던 영어센터에는 24개월이 채 안 되는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러 온다. 기저귀를 차고 아장 아장 간신히 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이 영어를 배운다. 영어 공부를 빡세게 시키지 않더라도 영어 노출이 빨리 이뤄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아이가 4~5살이 되면 영어 센터에 가는 것이 싫다, 좋다 등 아이의 의사 표현이 좀 더 분명해진다. 우리 아이는 7살 때 일주일에 한 번 영어 센터에 다녔는데 40분 수업을 하는 동안 대기실에 앉아 있다 보면 수업 도중에 수시로 뛰쳐나오는 아이들이 많다. 보통 4~5살 아이들이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대놓고 아이에게 화를 내진 않지만 눈에선 레이저가 나온다. 그러면 그 눈빛을 보고 아이들은 울어버린다. 부모 입장에선 ‘다른 애들은 저렇게 잘 앉아서 집중해서 수업을 듣는데 너는 왜 그러니’라는 생각들이 보인다. 아이 입장에선 이 시간이 너무 괴로운데 엄마를 쳐다보면 더 무섭고 눈물이 절로 난다. 그런 아이들은 보고 있자니 안쓰럽기 짝이 없다. 아직은 어린 아이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영어 공부를 시켜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어서다. 


영어 학원에 가는 것은 단기간에 영어 학습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위한 기회비용을 따지면 손해다. 소위 말하는 빡센 영어 학원에 다녔던 아이들의 일부는 중간에 영어는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영어 학원을 끊고 몇 년은 영어의 `영`자도 꺼내지 못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영어에 번아웃 된 것이다.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흔했다.


영어의 사교육은 아이가 즐겁게 영어를 접할 수 있는 방식이 돼야지, 아이를 괴롭게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오히려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영어는 언어다.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단기간에 되지 않고 계속 반복하지 않으면 까먹는 경우가 흔하다. 영어에 흥미가 없다면 영어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도구를 찾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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