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제는 그만 할게요

by 수이

#3. 아, 이제는 그만 할게요

성장 대신 버티기를 선택했던 날들에 마침표를 찍다


육아휴직 종료를 열흘 앞두고, 부서장과 인사팀장과의 두 차례 면담이 잡혔다. 먼저 부서장과의 면담이 시작됐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그가 던진 첫마디는 이랬다.

“육아휴직 동안 왜 한 번도 안 나와봤어?”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얻어맞은 듯 머리가 울렸다. 육아휴직 중에 회사를 ‘나와봐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휴직은 말 그대로 휴직이라고 믿고 있었다.


내가 너무 수동적이었던 걸까. 육아휴직을 너무 오래 사용해서였을까. 휴직 중에도 회사에 들러 내 업무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 내가 다시 복직해서 할 일이 남아 있는지 확인했어야 했던 걸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면담을 마치고 나서야, 왜 그런 질문을 받았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AI 도입으로 많은 업무가 자동화되며 회사 역시 그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었다. 내가 하던 업무 일부는 AI로 대체되어 운영 중이었고, 일부는 다른 직원에게 흡수된 상태였다. 나의 업무를 백업하던 직원마저 육아휴직에 들어간 상황. 그 사이 회사는 이미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어진 인사팀장과의 면담에서 그는 부서장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물었다. 나는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전했다. 덧붙여 이제는 둘이 된 아이들을 키우며, 워킹맘으로서 어떻게 일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면담을 마치고 난 뒤에도 마음은 정리되지 않았다.


회사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정말 복직할 거야? 네 일은 이미 없어졌는데.’


두 명의 책임자가 그 껄끄러운 말을 서로에게 미루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핑퐁게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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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울렸다. 잠이 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곱씹었다. 나는 정말 다시 이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며칠 뒤, 2차 인사팀장 면담이 다시 잡혔다. 복귀 후 나는 고객센터 소속으로 기업 대상 아웃바운드 업무를 맡고, 전사 각 팀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매일 정해진 할당량을 채워야 해 이전보다 더 힘들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는 전혀 다른 업무였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걸린 건 따로 있었다. 그 일을 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었다.


원치 않는 일을 하면서 회사 눈치, 남편 눈치, 아이들 눈치까지 봐야 하는 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했다. 그러다 마음 위로 잔잔하게 떠오른 문장이 있었다.


‘아, 이제는 그만해야겠다.’


더 이상 나를 속이며 버티는 월급쟁이로는 살고 싶지 않았다.




워킹맘으로 살며 퇴사를 고민했던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공감해주신다면 응원과 구독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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