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실연은 닮았다

식음을 전패한 사랑

#사랑


신도림역에서 J가 두 팔로 하트 모양을 하고 서서 "영주야 사랑해."를 외친다. 하루 종일 같이 쏘다니다 초저녁쯤 헤어지면서 그가 벌인 해프닝이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조금 창피하기는 했다. 지나가던 아줌마. 아저씨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J는 아랑곳없이 내가 돌아가라고 손짓을 하는대도 그대로 있었다.


그와는 신촌에서 매일 만났다. 홍익서점에서도 보고 거품에서도 보았다. 현대백화점 식당에서 비빔밥에 맥주를 마셨다. 그가 가죽장갑을 사준다고 했다. 나는 예전에 남자 친구에게 선물 받았던 장갑을 잃아버린 기억이 있어 괜찮다고 했다. 며칠 지나 Ck 향수에 숄더백, 목걸이까지 한꺼번에 선물을 안겨줬다. 덕수궁 돌담길에도 가고 홍대 한 편의점 파라솔도 우리의 아지트였다. 우리는 매일 맥주를 마셨다.


#실연


H는 지방에서의 내 촬영 현장에 까지 와서 스텝들에게 음료수를 돌리고 역에서 현장까지 자가용으로 스텝들을 이동시켜주었다. 같이 촬영했던 사찰에서 점심을 먹고 나란히 설거지도 했다. 커피를 마시다가 헤어질 무렵 자기 잔에 부어 주었더니 정색을 했다. (카탈스럽고 깔끔을 떨었다.)


폭풍 전야 해운대를 같이 걷다가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어서 나도 모르게 손을 잡았다. 슬그머니 손을 빼던 그.. 다시 호텔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셨는데 이번에는 그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백사장에서의 앙갚음으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뭔가 타이밍이 자꾸 어긋났다.


#뜻밖의 다이어트


J와 사랑했을 때 살이 빠졌고, H와 이별했을 때 살이 급격히 빠졌다.

둘을 만난 건 10년의 텀이 있었고, J와는 늘 맛있는 걸 먹고 다녔는데 희한하게 날씬한 몸매를 유지했고 H와는 헤어지고 난 뒤 연이어 함께 작업하던 선배와도 결별하면서 20대 이후 결코 있을 수 없었던 44 사이즈를 소화하게 된 것.


J와 만날 때는 42~44까지 빠졌고 10년 후인 H와 결별 후 40대 들어 처음 45kg 이하가 된 것.


#사랑에도, 실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랬던 것 같다. 30대 중반, 비교적 늦된 나이에 첫사랑이라고 할만한 열애를 했더니 식음을 전패하면서까지 J를 만나고 떨어져 있는 순간까지 그만을 떠올리며 지냈던 것.


H와는 만날 땐 잘 지냈으나, 뭐가 그렇게 싸울 일이 많았는지 자고 일어나 카톡을 보면 장문의 글이 남겨져 있고 그도 모자라 전화로 다투고.. 급기야 SNS 같은 거 다 끊고 친구의 친구까지 끊어버리게 됐던 거.. 그럴 만큼 깊은 관계도 아니었는데 무슨 그리 억한 심정이라고 역시 식음을 전패하다 몸무게가 45Kg 이하로 떨어지다니... 40대 때의 이별 후에는 금세 요요가 왔지만 지금 생각해도 웃지 못할 다이어트였다.

다이어트를 원하는가? 열렬한 연애를 하면 된다. 실연은 아마 더 유리할 것이다.

sticker sticker
keyword
이전 16화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