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흔적
스무 살 적 친구를 30년 만에 만나 우리는 모두 스무 살 대학 신입생으로 돌아갔다. 30년 만에 만난 친구 말고는 30대 때 보고 불과 7.8년 전에 만난 친구, 5년 전에 만난 친구, 대학 땐 거의 모르고 지내다가 몇 해 전 동문회에서 만난 친구까지 동기동창이란 것이 주는 공감대로 세월의 흐름에도 아랑곳없이 스무 살 그때의 마음들이 되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때의 저녁 어스름과 해가 떠오르기 전의 여명, 그리고 그의 눈동자. 변하 지 않은 게 있다면 그의 눈동자. 그리고 또 우리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만남을 뒤로한 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의 눈빛만을 기억하자.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고, 나는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이 그저 그 분위기만을 기억한다. 어쩌면 흘러가는 것은 시간이 아니고, 우리 자신이 아닐까 한다.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감정이 변함이 없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이상한 것일까. 결코 그와 나는 서로를 함부로 하지 않았는데 그는 돌연 사라지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