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문자 했는데...

by 꿈꾸는 리얼리스트

(20181210)

연말증후군으로 며칠 째 우울하지만 바람 쐬러 나갔다 왔다. 한 선배가 "핸섬한 남자 많이 만나는 연말 되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뜬금없는 메시지는 아니고 무슨 초대에 대한 답장을 보냈더니 그런 메시지를... 여자 선배인데 내가 그런 이미지를 평소에 주었나 뜨끔하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선배님이니 평소 이런저런 이야기를 허물없이 나누는 편이라 편하게 얘기한 건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이야기를 오해하기도 하고, 약간은 다르게? 생각하고 아예 듣기 거북해하는 거 같아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말이라 그런지 보고 싶은, 아니 특히 고맙게 해 준 이웃들이 생각나고, 요즘 근황을 잘 모르는 분들은 더욱 궁금해진다. 내겐 성당 언니들, 친하게 지냈던 후배들 등등...
그리고 또 한 부류는 헤어진 남자 친구이다.

독신을 오래 고수하고 있으니 남자가 있을까, 과거의 남자가 몇 될까? 물론 남이 그렇게 궁금해하지는 않겠지만 스스로를 돌이켜보니 끊임없이 사람 사이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여자건 남자건 꾸준히 만나는 친구들이 꽤 있다. 누구는 '마당발'이라고 넓게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고도 하는데 나로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직업적으로 그렇고 사람을 관찰하거나 남녀노소를 불문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누구를 사귀게 되고 맘이 맞으면 꾸준히 만나지 쉽게 만나고 쉬이 헤어지는 편이 아니다.
그리고 친구들 부류가 각각이라 예전에는 친구들을 모아 이렇게 저렇게 연결해주는 걸 좋아했는데 것도 요샌 자제하는 편이다. 고로 삼삼오오 오붓한 소모임 같은 걸 선호한다.

다시, 남자 친구로 돌아가면, 동료, 동창, 남사친은 꽤 되나 진지하게 사귄 사람은 몇 안된다. 오늘 문득, 옛 남자 친구와의 이별의 순간, 애증의 관계, 그리고 그 이후라는 제목이 저절로 떠올랐다.

누구는 막 헤어지면 상대의 sns를 뒤지거나-미련이 있는 경우- 뭐 한동안은 나의 소식이 그쪽에 전해지길 바란다는데 나는 전혀 그런 거 없었다. 희한한 것은 대부분 사귀었던 남자 친구가 다행인지 뭔지 sns를 잘 안 한다는 것. 한 명만 인위적으로 다 끊었지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얼마 전 내 수필이 실린 계간지를 지인들에게 보낼 때 3명의 전 남자 친구에게 주소를 알려달려고 물어봤다. 적어도 정리 차원으로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던 내가 괜한 심술 내지는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는지 새삼 궁금했다. 둘은 답이 없었고 한 사람은 축하한다는 답은 해왔으나 주소를 알려주지 않더라.
(단절의 의미였겠지)
암튼 최근에 그런 일이 있었고 '과거의 오늘'에 옛 추억이 떠서 그 사진을 보낸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 주소도 안 보내던 옛 남자 친구가 그제야 높임말을 쓰며 "옛 추억이 떠오르네요, 따뜻한 연말 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라더라. 이건 뭐야? 싶었다.

그래, 이별이 항상 슬픈 것만은 아니다. 헤어질 때 나는 운 적도 있고, 며칠 째 침대에 누워 꼼짝을 못 했던 적도 있다. 몸무게도 44로 돌아가기도 했었다.(금세 요요가 왔지만) 흔한 말로 "추억은 아름다워."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그냥 그렇다고, 연말이니 내게 따뜻하게 해 줬던 나를 격려해주고, 웅원해줬던 지인과 친구들이 생각나고, 결국은 "안녕"하고 돌아섰지만, 아니, 인사도 없이 헤어지기도 했지만 한 때 가장 가까이서 나를 보아준 그 남자 친구들이 생각나는 것.

그냥, 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오늘이 있기까지 기꺼이 동행해준 사람이니까.

엊그제,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생각나는 J가 있었다. 내 생일이면 아직까지 문자가 오는 그. 나도 어쩌다 문자를 보냈다. (내가 어쩌다 보내는 문자는 대부분 씹는 그) "나는 이제 네가 문자 안 보냈으면 좋겠다." 이럴 땐 그냥 답장이 없는 편이 더 좋을 텐데... 나는 콱 입술을 깨물었다. 할 수 없지... 이별은 이별로써 끝내버리자. 그리고 또 흘러가자. 내가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는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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