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타로점을 보다

얼마 전에 나의 단골 카페에서 타로점을 보게 되었다. 최근에 타로에 관심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미리 결정돼있는 미래나 운명보다, 타로는 그때그때 시간의 흐름, 상황의 흐름을 본다는 걸 들은 적이 있어서 그런 직관적 느낌의 조언이라면 들어줄 수 있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 카페에 타로상담가가 매주 목요일마다 오신다는 말을 듣고 알고 있었는데, 지난 목요일에 드디어 대면하게 되었다.


'사랑', 혹은 '연애'가 최고의 관심사가 아니었지만, 내가 싱글이라는 것을 알게 된 상담자가 앞으로 3개월 간의 운세와 함께 '사랑과 결혼'을 조금 더 자세히 풀어주셨다. "결혼이라뇨? 저 별로 관심 없는데..." 하면서도 결혼할 상대가 나타나기라도 할는지 그게 사실 더 궁금했다. 모든 사랑과 결혼과 연애는, 상대가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가장 궁금하고, 소원인 부분에 대한 의문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가는 카드 5장을 뒤집어보라고 했다. 금전, 일, 잘 풀리고, 새로운 연인도 온다고 했다. 다만, 인간관계에서 '남의 이야기를 듣고', '과거에 집착'을 말란다.총체적 결과는 데빌, 악마의 카드가 나왔는데, 오히려 좋은 것이라고 했다. 악마에 놀아나는데 '노예처럼'이 아니고, 악마의 유희를 즐기며 자발적으로 악마 밑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 어쨌든 재물과 일은 신장개업을 하고, 금의환향을 할 만큼 좋은데 사랑, 연애, 결혼은 스타트, 전제는 "과거에 집착 말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라, 마음을 비우라."였다.


마음을 비우기가 어디 쉬운가? 쓸데없는 욕심을 비우라는 말인가? 사실 사랑과 연애에 관심이 많지만 결혼에의 환상도 없고, 기대도 없다.

일찍이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 "너 '독신주의자' 아니었어?"란 말도 많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운명론자여서 사랑에 관한 한 찾아 나서는 게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점도 있다. 45세 넘으니 소개팅도 거의 전무하다.


자발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보려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만남을 전제로 한 만남은 금세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 상대의 어떤 점이 맘에 들어서, 한 번 알아보고 싶어서 만나본 만남은 의외의 변수가 많았다. 학창 시절의 친구도 만나봤는데 그 친구와의 추억이나 아련한 향수에 이끌렸던 감정은 현재 서로의 고민과 갈등을 뛰어넘지 못하고 오래가지를 않더라. 뭐 나한테는 그랬다.


그래도 알콩달콩 아기자기한 연애감정을 즐기기 좋아하는 타입이라, 애꿎게 만만한 동창들이나 동료에게 편하게 대했다가 "너, 나 좋아하니?"란 심각한 의문문으로 돌아와 사랑도 우정도 뭣도 아닌, 그저 그런 관계, 그저 그런 상대를 몇 만나기도 했다.

어느 순간,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고, 연애하고, 그런 에너지도 고갈되었다. 하지만 나의 감정만큼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열렬히 원하는 것 까지는 아니었지만, 애매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좀 더 들여다보고, 상대방의 감정이나 속도 들여다보는 건데, 나는 주로 '나만의 감정'에 충실했던 부분이 정말로 많았다. 그러다 갑갑하면, '그래, 다 집어치우자, 이건 사랑도 뭣도 아니야.'라고 일축해버리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타로 상담자의 말처럼 "나를 비우고, 과거에 집착 말자, 남의 이야기를 잘 듣자."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은 해보자. 되도록 나 자신에게만큼은 솔직해지자. 그리고, 늘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를 잘하면서도 결국, 내 뜻대로, 고집불통인 경우가 많기도 했는데 조금 너그러워지자. 누구의 말처럼 그래야, 세상살이가 좀 편해질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곽정우 화가 作, 사랑 8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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