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낯선 포구에서

생전 처음 울진을 찾았다. 30년 만에 만난 친구와 부산에서 출발, 우리는 동해안 쪽으로 달렸다.

DMZ 관련 취재했을 때 화진포, 아야진 등 속초 일대와 더 위 고성 쪽으로 가본 거 같은데 포항, 울진은 제대로 구경해본 적이 없었다.


오후 세 시, 부산 북구에서 출발한 차 창가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하늘은 잔뜩 흐렸고, 나는 '흐린 기억 속의 그대'가 아닌 '뚜렷한 기억 속의 그대'와 조우, "서울로 가기 전에 한 곳을 경유, 여행하자."는 약속에 동의해서 그와 함께 하는 중이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 같기도 하고, 영화 속의 주인공 같기도 했다. 실제로는 스무 살 때 만난 친구와 무려 삼십 년 만에 만나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나는 그에게 동창이기도 하고, 고향 친구이기도 하고, 지금은 마냥 이성친구처럼, 애인처럼... 뭐라고 명명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름을 붙일 수 있으나, 적확한 말이 떠오르지는 않는 그런 바람 같은 여행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경주 - 포항 - 울진으로 가는 길은 휴게소도 신기했다. 지하 해저터널처럼 깊숙한 곳에 있었던 휴게소도 생각나고, 주변 환경이 너무 환상적인 편의점도 생각난다. 그와 나는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고, 스산한 바람에 그의 팔짱을 끼며 "아, 추워!" 하면서 붙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내게 활짝 마음을 다 열어주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네게 다 알려줄 수는 없어, 그냥 짐작만 해라."

무슨 신비주의도 아니고, 누구 건 맘에 들거나, 특별히 의심할 상대가 아니라면 무장해제되는 내게 그는 낯선 부분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부분 조차 호기심이 일고, 그와 동창이고, 친구고, 고향 친구고, 이성친구며, 사귀는 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원래부터 아는 친구로서 나는 경계심이 없었다.

그렇게 달리고 달린 친구의 달구지(친구는 자기 차를 그렇게 불렀다.)는 저녁 9시 무렵에서야 죽변항에 다다랐다. 우리는 일단 숙소부터 잡고,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한창 코로나가 창궐하는 시절이었고, 외진 곳이라 그런지 울진 밤바다는 조용히 우리를 맞이했다.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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