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술자리
이번 여행은 조용히 쉬고 싶기도 하고, 평소에 가보지 못했던 곳도 들르고 하는 작은 여행을 목표로 서울을 떠나왔다. 엄마 집에 오면 늘 그렇듯 맥주도 한 잔씩 하고 막걸리도 마신다. 안주가 좋으면 반주로 마시고, 가끔 일부러 안주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어젠 외식을 했다. 늘 고기를 먹으러 가거나 회를 먹거나 하는데 어젠 동네에 새로 생겨 엄마가 한 번 가봤다는 아귀찜집에 갔다. 엄마랑 집에서는 막걸리 한 병씩 했는데 나는 컨디션이 별로고 엄마는 up 돼서 두 병이나 마셨다. 그리고 집에 와서 뻗었다. 난 두어 잔 마신 것 같고 엄마는 나머지를 다 마셨다. 반 병쯤 남기고 오려했는데 엄마가 기분이 up 되셔서...
엄마가 잘 알지도 못하는 주인아주머니에게 자식 자랑을 하신다. "딸 셋 아들 하나인데, 딸들이 많아 좋아요, 큰애(나)는 작가고 아들은 목사예요. 둘째, 막내도 시집가서 잘 살고... 그런데... 나는 혼자라 외롭네요..."
하시며 눈물까지 글썽거리신다. 주인아주머니도 잘 들어주시다가 "외롭다고 하면 따님 마음이 슬플 거 아입니까? 혼자 있으면 외롭지만, 또 자식 생각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산다 아입니까?" 하셨다.
나는 엄마가 아주머니에게 술주정하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덥다며 에어컨 틀어달라 하고, 티슈 좀 달라하고 카탈스럽다고 단속하는 엄마한테 반항하느라 뽀로통했다가 술 마시면서 풀렸다.
집에 와서 엄마는 언제나 그렇듯이 곯아떨어지셨다. 둘 다 술은 약한데, 아니 엄마가 나보다 센데 무방비로 마시고, 나는 술도 약하지만 '확 마셔버리자.' 이런 게 없어서 늘 알딸딸 정도다. 하지만,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덜 취하기도 하고, 얼마 마시지 않았는데 속이 부대끼기도 하고 그런다.
나는 주말 드라마를 보고 자고, 엄마는 계속 주무시고, 새벽에 일어나셨다. 나도 일찍 잔 터라 일찍 일어났다. 술도 얼마 안 마셨는데 속이 쓰리다. 집에 오자마자, "언제 가노?"를 물으셨던 엄마, 일이 생겨 예정보다 하루빨리 가기로 했는데 "며칠 더 있다 가면 좋겠다." 하신다. 일은 조금씩 바빠지지만 자주 와야겠다. 운전을 배우지 못했는데 늦었지만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요즘이다. 취기는 좋아하는 편인데 아직 음주로 인한 객기는 부려보지 못했다. 오랜만에 엄마의 객기, 조그만 취기에도 못 견뎌하는 나는 속 좁은 딸이다.